“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첫 공식행사를 국립현충원 참배로 시작했습니다.
 멸사봉공(滅私奉公)!.
 사적인 자신을 죽이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 앞에서 저는 스스로 사적인 노무현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순국선열들로부터 앞뒤가 바뀌어져 있는 이 나라를 힘 닿는데까지 바로 잡으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개혁의 방법 또한 일부에서 걱정하시는 것처럼 대립적이거나 과격하지 않습니다.
 호시우행(虎視牛行)!.
 제가 생각하는 개혁의 방법은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걷는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과 흔들리지 않는 원칙으로 공정한 룰을 만들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를 희망하는 국민 여러분과 함께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겸손한 마음으로 이해시키고 그들 스스로 변화할 때까지 기다릴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마음속에 대의가 살아 있는 한, 새로운 대한민국에 희망이 살아 있는 한 저는 주저없이 ‘행동하는 희망’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노무현 대통령이 제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지 53일째인 2003년 4월 18일. 청남대를 국민들에게 돌려주며 사적인 노무현을 버리고 대통령 노무현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멸사봉공 하겠다며 국민들에게 보낸 ‘대통령의 편지’의 일부 내용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멸사봉공. 즉 ‘사(私)를 버리고 공(公)을 위해 힘써 일하겠다’는 초심에 큰 박수를 보내며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누구의 편도 아니다’라는 대통령의 말에 진정 ‘행동하는 희망’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멸사봉공과 함께 행동하는 희망으로서 나라를 위해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나아 가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들과의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뒷걸음 치는 대통령의 지지도는 차치하더라도, 취임후 계속되고 있는 물어뜯고 치고 빠지며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정치권의 막가파식 싸움은 끝내 정치자금의 수렁으로 대통령은 물론 정치권 모두가 빠져들어 허우적거리는동안 민생은 물론 경제도 바닥을 헤매고 있다.
 또 측근들이 연루된 각종 비리와 의혹은 끝내 대통령의 눈앞을 캄캄하게 만들었고 대국민 사과로 이어졌다. 이어 일부 측근들은 감옥으로 또 사법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발언은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지 1년이 되던날인 2003년 12월 19일 여의도 둔치.
 전 국민들의 지지속에 열리는 축하 행사가 아닌, 단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자의 사적인 후원조직인 노사모등이 주축이되어 대선승리 1주년 기념 ‘리멤버 1219’행사가 열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겨울밤의 차가운 바람도 마다않고 참석하여 이들의 열열한 환영을 받았으며 “노사모가 다시 한번 뛰어달라”며 지지를 확인했다.
 노무현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멸사봉공하며 호랑이 처럼 보고 소처럼 걷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다짐은 이날 여의도 둔치에서 만큼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대선승리의 주역은 이들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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