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이야기] 신영식 청주중앙여중 수석교사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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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의 일이다.

한 학생이 교무실에 들어와 가정 선생님을 찾았다. 입구에 앉은 선생님이 어떤 가정 선생님을 찾느냐고 물었다. 학생이 머뭇거리면서 "늙은 가정 선생님이요."라고 말하였다.

늙은 선생님이라는 말에 주변 선생님들이 소리 나는 쪽을 주시하였다. 모두들 조금은 의아하였다.

늙은 선생님?

학생은 선생님께 볼일을 마치고 교무실을 나갔다. 해당 선생님의 뭔가 못마땅한 볼멘소리가 들렸다.

글쎄? 그 선생님이 늙었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그렇게 연세가 높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늙은 선생님이라는 표현이 괜찮은 말인가?

이제 나도 지천명을 넘어 이순의 나이 탓인지 머리카락이 희끗해지고 시력이 약해져서 컴퓨터 사용에 불편을 느끼게 되고 몸과 마음이 예전과 같지 못함을 실감한다. 그리고 주변의 같은 연배 친구들이 하나둘 직장에서 퇴직하고 있으니 진짜 늙은 선생님이 된 것 같다.

교과 수업 시간이나 복도를 지나칠 때 학생들이 전처럼 어려워하거나 조심스러워 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대한다. 오히려 내가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너무 꾸짖거나 화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천진난만해 보이는 아이들이 20년 후, 30년 후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하고 많이 기대도 된다. 해맑은 웃음을 지닌 수많은 천사 같은 아이들 수시로 만나면서 많은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가끔은 버릇없이 구는 학생들로 인해 속을 끓이기도 한다.

이제는 점점 아이들과의 세대차에 따른 공감과 이해도 부족하고, 젊은 선생님들에게 학생 지도나 업무 추진에 부담을 주기 쉽다. 그래도 잘 따라주는 아이들과 도와주는 선생님들께 감사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을 추스르며 새롭게 다짐한다.

우선 더 많이 너그러워져야겠다. 나이가 들면 마음이 넓어지고 여유로워져야 하는데, 오히려 소심해져서 작은 일에 서운해지기 쉽다. 더 인내하고 기다리고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겠다.

신영식 청주중앙여중 수석교사.

그리고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설렘과 기대를 갖고 최선을 다해야겠다.

아울러 학교 일에 적극 앞장서고 꾸준히 성찰하고 실천하는 선생님, 많이 양보하고 배려하는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세상은 다양한 어울림과 조화로 아름다워진다고 한다.

학교도 늙은 선생님과 젊은 선생님, 남자 선생님과 여자 선생님, 엄한 선생님과 자상한 선생님, 교과 수업 잘 하는 선생님과 생활지도 잘 하는 선생님 등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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