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서울시합창단, 헨델 오라토리오 '삼손' 연습현장. 2017.03.28 / 뉴시스
서울시합창단, 헨델 오라토리오 '삼손' 연습현장. 2017.03.28 / 뉴시스

[중부매일 아침뜨락 류시호] 가을비 오는 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합창단의 '사랑의 향기'가곡 음악회가 있었다. 첫 번째 곡은 <황태자의 첫사랑> 중 세레나데인데, 독일 소공국의 칼 하인리히 황태자가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유학하던 중 하숙집 딸 캐티와 사랑을 나누다 이별하는 이야기다. 우리에게는 이 도시가 사랑에 대한 강렬한 로망이 있는 곳으로 맥주집 로텐옥센(붉은 황소), 하이델베르크성, 카를 테오도르다리 등 곳곳에 황태자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곡 프랑스 에릭사티의 <나는 그대를 원해요> 가곡은 에릭사티가 평생 가난하게 살며 그의 연인 수잔 발라동을 위해 쓴 곡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에로틱한 감정이 절절히 묻어있다. 이 가곡은 합창단의 김재화 알토가 음량 풍부한 목소리로 노래를 하여 많은 청중들을 숙연하게 했다.

세 번째 곡 <진주조개 잡이> 중 '신성한 사원'은 오페라 카르멘으로 유명한 작곡가 비제의 걸작 진주 조개잡이의 제1막에 나오는 곡이다. 이곡은 여사제와 두 남자 사이의 금지된 사랑과 우정을 감성적인 선율과 이국적인 정취로 풀어낸 빼어난 아리아들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우렁찬 류승각 테너와 저음의 김홍민 바리톤이 이중창으로 멋지게 노래하고, 피아노 반주가 중간에 분위기 전환을 위해 꽝 크게 연주하여 청중들을 매혹시켰다. 이어서 모차르트의 희극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들 중 3곡을 노래했다. 첫 번째 '다섯 자, 열 자, 피가로'는 가장 유명한 아리아로 결혼을 앞두고 백작부부가 준비해 준 신혼 방을 자로 재는 피가로와, 이를 보며 행복해 하는 신부 수잔나와 사랑의 이중창이었다. 그리고 '저녁 바람 부드럽게'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요 삽입곡으로도 유명하고, 서울시합창단의 소프라노 이윤정과 소프라노 배우선이 아름다운 이중창으로 불렀다.

피가로의 결혼은 보마르셰의 희곡을 모차르트가 천재적인 음악성을 통해 오페라라는 장르로 탄생시켰다. 우리가 평소 자주 접하는 음악, 미술, 문학, 연극, 영화, 드라마 등 예술의 스토리들은 음모, 질투, 욕망, 배신, 죽음 등으로 모든 것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랑 때문에 생겨난다. 마지막으로 팝송 3곡을 30여명의 남녀 합창단이 코러스를 넣어 노래했다. 첫 번째 <영원한 사랑>은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맥거번과 부른 곡으로 소프라노 김태희와 테너 한근희가 사랑스럽게 노래를 했다. 이어서 <The Rose>는 평소 듣던 팝송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노래는 알토 김오수가 우렁차게 노래했는데, The Rose는 주인공의 이름이면서 장미꽃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갖고 있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이번 공연의 주인공들은 40년 전 창단한 서울시합창단이다. 이 합창단은 2천여회의 국내공연과 해외공연을 통하여 문화외교사절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30여명의 남녀 합창단이 다성부 악곡의 각 성부를 화음으로 맞춘다는 것은 개인의 희생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 서울시합창단이 아름다운 음정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 수많은 시간을 조율하고 연습을 하였다. 합창은 자신의 소리를 줄이고 협력해야 아름다운 화성으로 발전하여 관객들로 부터 박수를 받는다. 서울시합창단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함양과 문화 창달에 앞장 서주길 고대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