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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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중부시론 한병선] 구스타보 두다멜은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로스엔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그는 엘 시스테마(El Sistema)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했다. 스승은 원래 경제학자였지만 음악 교육자로 변신하면서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베네수엘라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유(Jose Antonio Abreu) 박사다.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100만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악기교육을 시키고 있다. 교육을 받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베네수엘라 빈민가 출신의 불량 청소년들이다. 아브레유는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정상적인 생활과 정서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음악의 또 다른 이름 '영적 천사'

경제학자였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음악교육이었다. 그는 부서진 악기들을 모아 수리하거나 직접 제작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희망 없이 길거리를 헤매던 아이들이 모여들었고 얼마 후 아이들이 달라지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이것이 바로 베네수엘라의 기적을 만들어낸 엘 시스테마 음악교육 프로그램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게 만든 대표적인 교육 프로그램인 셈이다. 결은 좀 다르지만, '아시아 유스 오케스트라(AYO)'도 이런 프로그램 중의 하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젊은 음악영재들이 지속적으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중국·홍콩·일본·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등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국제적인 순회연주 기회를 제공한다. 샐리 오 시안(Sally Aw Sian) 등 홍콩 경제인들이 재정적 후원을 하고 있다.

1990년 첫 콘서트를 시작한 이후 첼리스트 요요마(Yo-Yo Ma),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 앨리사 와일러슈타인(Alisa Weilerstein),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Gidon Kremer), 김영욱, 소프라노 엘리 아멜링(Elly Ameling), 피아니스트 알리시아 데 라로차(Alicia de Larrocha), 세실 리카드(Cecile Licad) 등이 협연했다. 백악관, 유엔본부,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비엔나의 콘체르트 하우스 등은 물론 한국에서는 2000과 2009년에 연주회가 있었다. 국제적인 연주기회를 갖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최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교육에서 음악만큼 영향력이 큰 경우도 드물 것이다. 단순히 음악적 소양이나 이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깊은 영혼과 정서의 심연에 이를 수 있도록 영향을 준다. 아름다운 선율은 단순한 소리의 울림이 아니다. 잠자는 인간의 영혼을 깨우고 인간 본성을 찾게 하는 마력을 지닌 보이지 않는 도구다. "음악은 인간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더 높은 의식의 세계로 이끄는 영적인 천사(spiritual angel)"로 표현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음악은 인성교육 최고의 도구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음악은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른 무엇과는 차원이 다른 분야다.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인간을 만드는데 기여를 한다. 태교에 음악이 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성교육에서도 음악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영적 천사를 통해 스스로를 깨닫고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토로했듯이, 음악이 자신을 만들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인성교육의 효과가 아닌가.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잘 시켜서가 아닌, '음악을 통해서'란 사실이다. 그에게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가 없었다면 베네수엘라 빈민가의 불량 청소년으로 앞날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영적인 천사'가 그렇게 사람을 만들었다는 것. 인성교육에서 음악교육이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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