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편히 놀러오시는 '사랑방 병원'구현"

나준식 원장은 마을주민들의 주치의이자 상담사다. 환자들은 자신의 몸 상태는 물론 고민이나 걱정을 나 원장 앞에서 술술 털어 놓는다. 나 원장과 민들레의원 직원들이 함께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 안성수

[중부매일 안성수 기자] 민들레의원에 '3분 진료'. '과다 처방'이란 말은 거리가 멀다. 환자에 맞는 적정진료에 가격도 저렴하다. 주민들의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보니 진료시간도 길고 환자들의 방문은 줄을 잇는다.

대전 대덕구 법동에 위치한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민들레의료사협)은 병원의 의료시스템에 의문을 가진 주민들과 나준식(50) 원장이 합심해 만들었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자본금을 출자해 만든 병원으로 병원비에 대한 부담이 일반병원에 비해 적다. 조합원들과 의사들이 뜻을 모아 만든 병원이다 보니 운영 방침에 조합원의 뜻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마을주민이나 조합원들은 아프지 않을 때도 마실 나오듯 민들레 의원을 찾고 의지하고 있다.

나준식 원장은 마을주민들의 주치의이자 상담사다. 찾아오는 환자들은 자신의 몸 상태는 물론 고민, 비밀들을 나 원장 앞에서 술술 털어 놓는다. 나 원장 뿐만 아니다. 나원장과 같이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3명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지역주민을 위한 맞춤형 진료를 17년 째 해오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인 만큼 불필요한 진료나 처방도 당연히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수익과는 거리가 멀다. 진료시간도 길어 타병원 대비 환자를 많이 받지도 못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권익과 복리 증진 수행, 취약계층 사회적서비스 및 일자리 창출 등의 활동을 하고 있지만 현재 의료사협의 활동은 의료에 대한 부분만 인정되고 있고 방문·돌봄서비스에 대해서는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수입은 인건비와 의료장비 및 시설 증축 등에 투입되지만 이마저도 충분치 않은 상태다.

국내 의료·돌봄 등의 서비스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는 늘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사회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 서비스 등 공공적 성격을 띈 활동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공백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나 원장은 "사회적 경제는 요즘 사회 영역속에 꼭 필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관심과 지원이 아직 부족하다"며 "사회적 기업의 이미지가 흐려지고 현실의 어려움 마저 봉착해 운영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믿을만한 병원, 믿을만한 의사를 찾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사회적협동조합의 역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나준식 원장은 "사회적 기업의 이미지가 흐려지고 현실의 어려움 마저 봉착해 운영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믿을만한 병원, 믿을만한 의사를 찾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사회적협동조합의 역할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안성수

의료복지 사각지대 해결과 재정적 부담 해소를 위해 민들레의료사협은 최근 3년간 주민참여건강센터를 개설해 주민들과 함께 지역 내 고령화 노인, 만성질환 환자 등 취약계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나 원장은 나아가 의료와 복지를 같이 제공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모색했고 이에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에 집중했다.

나 원장은 "민간인들의 수요와 요구는 실질적으로 맞닿아있는 민간 조직에서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의료와 복지를 당사자에게 같이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의료시스템 활성화에 대안이 괼 것 "이라며 "보건의료와 복지통합을 위한 커뮤니티케어 구축에 힘을 실겠다"고 말했다.

올해 설립 17년째를 맞고 있는 민들레의원은 지난 2008년 사회적기업으로 승인, 지난 2013년에는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지면서 민들레의료복지생활협동조합에서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됐다. 현재 의원, 한의원, 치과, 건강검진센터, 노인복지가정간호센터, 심리상담센터의 의료기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설립 당시 300명이던 조합원은 현재 3천600여 세대로 늘었다.

민들레의료사협은 거리 건강검진을 통해 지역 보건예방활동에 기여하고 있다. 노숙인이나 취약계층, 아동들의 건강증진에도 힘써 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1년에는 대전광역시 우수사회적기업으로 지난 2012년에는 대전지역 사회적 기업 최초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민들레의료사협은 지난 2012년 의원, 한의원, 치과의원으로 구성된 제2의료기관 '둔산민들레'를 대전 서구 탄방동에 추가 오픈했다. 지역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조합원의 출자와 증자 등으로 재원을 마련했다.

출자금이란 조합원이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주인으로서 부담하는 자본금을 말한다. 민들레의원의 경우 출자금으로 의료기기나 관련 시설을 구입할 때 쓰여지며, 기부금이나 회비의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탈퇴 시 절차에 따라 환불이 가능한 구조다.

출자금을 낸 조합원은 민들레의원의 주인으로서 병원의 운영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내 주치의를 통해 건강을 보살핌 받으며, 의사를 통해 환자권리장전에 기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나준식 원장은 "주민들이 원하는 진료, 원하는 병원, 원하는 건강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같이 의논한 끝에 협동조합을 선택했다"며 "마을 주민들은 사랑방 드나들 듯 병원에 와서 발마사지 받고 그냥 앉아 놀다 가기도, 쉬다 가기도 하는 모습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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