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충주라이트월드 / 중부매일 DB
충주라이트월드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데스크진단 정구철] 충주시가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여 충주세계무술공원 내에 조성한 충주라이트월드가 바람 잘 날 없다. 시는 많은 혈세로 조성된 충주의 대표적인 공원을 공론화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민간사업자에게 제공해 특혜 의혹을 산데 이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사도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랴부랴 문을 열어 선거를 겨냥한 개장이라는 비난을 샀다.

당초 충주시민은 무료로 입장시키겠다던 약속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선관위의 의견 때문에 유료로 뒤집었다가 선거가 끝난 뒤 다시 충주시민에 한해 무료입장으로 변경하는 등 운영방침도 오락가락이다. 시는 라이트월드의 입장객 수에 따라 입장료 수입의 5~10% 받기로 약정했다가 수익분배 조항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선관위의 지적에 따라 지난 6월 해당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가 시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감수하고 수익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상대적으로 라이트월드는 가만히 앉은 채로 그만큼의 수입을 늘리게 됐다.

이정도면 시가 이 사업을 끌어들인 목적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분간이 안된다. 충주시는 당초 라이트월드가 연간 250만 명의 입장객을 유치해 충주관광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론과 SNS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같은 호언장담과는 달리 실제 입장객은 어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트월드 측은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5일 현재까지 시유지 임대료 7천400만 원과 건축법 위반에 따른 이행강제금 2천78만 원조차 시에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분노가 치미는 것은 이같은 일들이 모두 예견됐었다는 점 때문이다.

라이트월드는 충주시에 사업을 제안하면서 중국 등에서 수백억 원의 자금을 유치하겠다고 장담했고 시 담당 공무원들은 회사 관계자와 중국까지 건너가 이를 직접 확인하고 돌아왔다. 당시 중국을 방문한 공무원들은 라이트월드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였고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됐다. 하지만 라이트월드 관계자가 춘천에서 같은 사업을 제안했을 때 춘천시 공무원들이 중국을 직접 방문, 확인한 뒤 사업불가 판정을 내린 것과는 정반대다.

똑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두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판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총 45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빛테마파크를 만들겠다던 라이트월드는 어림없는 투자로 졸작을 만들었다. 혈세로 조성한 공원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민간사업자에게 내준 시민들은 황당한 심정으로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사정이 이런데도 충주시장과 시 공무원들은 "라이트월드가 충주관광 활성화를 위한 효자노릇을 할 것"이라는 똑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울화통이 터지는 것은 오로지 시민들이다. 시민 대부분은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냈고 언론도 이같은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정작, 시장과 공무원들만 문제인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주 심각한 문제다.

공무원들이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심각한 근무태만이고 알고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면 직무유기다. 시민들과 공무원의 시각에 차이가 있으면 행정에 대한 불신이 쌓이게 되고 자치단체의 미래도 밝을 수 없다. 자치단체는 시민들을 위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치단체의 행정행위에는 반드시 막중한 책임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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