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후보가 당 대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18.08.25. / 뉴시스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후보가 당 대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18.08.25. / 뉴시스

[중부매일 사설] 한동안 잠잠했던 'KTX세종역' 신설이 다시 충청권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전문가 들 조차도 경제성이나 사업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 'KTX세종역'을 신설해야 한다는 논리는 궁색하지만 최근 들어 정치적으로 압박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핵심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다. 세종시 관문역은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해찬 대표의 20대 총선공약이었다. 그는 민주당 당 대표 경선 때도 방송 토론회에서 세종역 신설 필요성을 밝힌바 있다. 이제 당대표가 됐으니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세종역 신설을 밀어붙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충남은 '공주역'이 유명무실해질까봐 그동안 세종역 신설에 반대했으나 양승조 충남지사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세종역 찬성으로 돌아섰다.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된 정치인들에겐 혈세낭비와 비효율성, 지역갈등 조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포퓰리즘 정치'의 전형을 보는 듯 하다.

세종역 신설이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없다는 것은 국토교통부 용역결과가 말해준다. 작년 5월 실시된 'KTX세종역'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비용대비 편익(B/C)이 0.59에 그쳤다. B/C 수치가 1보다 낮으면 투자한 비용만큼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굳이 사업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이치에 닿지 않는다. '오송역과 세종시 거리는 20㎞로 자동차로 천천히 달려도15분 안팎이면 갈 수 있을 만큼 가깝다. 또 세종시 인근엔 KTX 공주역과 서대전역도 있다. 무엇보다 세종시 건설 당시 오송역은 세종시 관문역으로 한다는 것이 합의사항이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도 각 당 대선주자들이 KTX 세종역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가장 애매한 태도를 보였던 민주당도 세종역을 신설하려면 '(충청권)4개 시도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조건대로 한다면 세종역 신설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는 국무총리까지 지낸 경륜 있는 정치인 답지 않게 이치에 맞지 않는 궤변으로 일관해왔다. "(KTX가)오송에 선 것은 세종에 안서고 오송에 안 선 것은 세종에 서게 하면 오송역도 타격 안보고 세종·대전이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가 하면 "(서울에 사는)공무원 출퇴근이 힘들기 때문에 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호남분기역인 오송역의 위상을 낮추거나 고속전철을 저속전철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또 세종시에서 이사해야할 공무원들을 서울로 출퇴근하라고 장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은 과거 일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적인 힘을 과시하기 위해 경제성도 없는 지방공항을 만들었다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를 알고 있다. 그런데도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입에서 아직도 이 같은 엉뚱한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KTX 세종역 문제를 지역이기주의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고속철도 정책의 합리성과 국가예산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투자라는 폭넓은 시각에서 봐야 한다. 이해찬 대표는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 난 사안에 대해 소모적인 논란을 일으키지 말고 서민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침체된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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