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지며 서울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위태롭게 서 있다. 2018.9.7 /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지며 서울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위태롭게 서 있다. 2018.9.7 / 연합뉴스

[중부매일 기고 정석윤] 작년말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9명 사망), 올 1월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47명 사망)에 이어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태풍 솔릭으로 인한 은평구 빌라 기울어짐 사건의 여운이 가시지도 않은 가운데 이런일이 발생했다. 심지어 제천·밀양 화재가 발생시에는 제어를 할 수 있는 안전장치마저도 그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반면 올 3월 서울 세브란스병원 화재는 신속한 대응의 중요성을 일깨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대학병원은 화재가 발생하자 평소 훈련된 화재 매뉴얼대로 대응하고 소방시설도 정상작동되어 화재진압에도 성공했다. 그 결과 화재는 조기에 진압되었고 불이 나자마자 300여 명의 환자들이 신속히 대피해 많은 인명을 지킬 수 있었다. 이는 인재로 재확인된 제천·밀양 화재참사와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이 같은 대형사고를 계기로 청와대에서는 근본적인 개혁방안 마련을 지시해 정부부처 합동으로 안전 특별대책을 추진해 왔었다. 하지만 고질적인 건설재해는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7월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천개 건설업체가 진행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다치거나 숨진 재해자는 3천837명에 달한다. 지난 2016년과 비교해 10.8%(402명) 늘어났다. 특히 사망자는 31명으로 무려 20.3% 증가했다. 게다가 국내 건설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수는 미국의 1.8배, 싱가포르의 3.1배, 영국의 9.1배에 달했다. 9인 이하 사업장의 재해율은 1천인 이상 사업장의 약 86배에 달했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대부분이 파견이나 용역 노동자라는 이유로 안전에서 소외되는 일이 비일비재 발생하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은 성공한 근대가 초래한 딜레마"라고 한다. 산업사회가 발전할수록, 인류가 풍요로워질수록 위험 요소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인간의 삶과 안전을 보다 더 중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최근의 대형사고들을 계기로 지금 우리 앞에는 '성장'이냐, '안전'이냐는 선택지가 놓여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와 미래세대의 삶을 좌우될 것이다. 선택에 대한 결과는 결국 우리의 몫이다.

재난안전관리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안전기준과 안전수칙을 경시하는 안전불감증이 만연하다. 여기서 우리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는 것처럼 사소한 결함이나 문제점이 발생하면 즉시 보완하고 대처해야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대형사고 예방에는 앞서 말한 다양한 방법들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안전을 생활화하는 습관이자, 이를 당연히 여기는 안전문화의 조성이다. 안전점검을 귀찮아하는 풍토, 꼭 필요한 안전조치를 개인의 과민반응으로 치부하는 일만 없어도 우리는 더욱 안전한 사회에서 살 수 있다. 이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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