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개망초
  • 중부매일
  • 승인 2018.09.0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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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개망초 / 클립아트코리아
개망초 /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아침뜨락 모임득] 앙증맞은 텃밭이다. 가지, 풋고추, 방울토마토가 탐스럽고 양배추와 갖가지 푸성귀들이 다붓다붓 자라고 있다. 오늘 봉사하는 고등학생들이 할 일은 잡초를 뽑는 일이다. 기말고사를 숨 가쁘게 치르고 일 년에 두 번 하는 봉사활동이다. 기숙사에만 있던 아이들이 딱해 바깥공기라도 쏘이라고 교외로 봉사 장소를 정했지만 공부에 지친 아이들은 차 안에서 잠만 잤다.

여기는 대안학교이다. 장애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라 밭을 가꾸기에는 벅찰 것 같았다. 교장선생님은 텃밭 가장자리에 무성한 개망초는 내버려두라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보니 밭의 대부분은 개망초가 다 점령을 하고 가운데부분만 겨우 잡초를 제거 한 꼴이다.

공부만 했던 아이들은 개망초 꽃을 몰랐다. "꼭 계란 프라이를 해 놓은 것 같지 않니? 그래서 계란 꽃이라고도 해." 상기된 채 꽃에 대해 설명하지만 통 관심이 없다.

비가 온 뒤끝이라 잡초는 잘 뽑혔지만, 뿌리에 붙어있는 큰 흙덩이를 아이들은 조금씩 손으로 떼어 내고 있다. 햇볕이 더 뜨겁기 전에 얼른 정해진 분량의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데, 속이 타는 것은 인솔자인 나 뿐이다. 나물로도 먹는 개망초를 누가 잡초라고 했을까? 잡초란 인간이 원하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식물일 뿐이다. 만일 원하지 않은 곳에서 원하는 곳으로 옮겨준다면 그것은 잡초를 나물이나 약초로 바꿔주는 일이 될 것이다.

토킬의 '민들레 모델'이 생각난다. 자폐를 장애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주목하는 사고의 전환. 토킬은 자폐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위치로 옮겨주는 이 여정을 '민들레 모델'이라고 하였다.

이곳 대안학교 학생들도 보면 어떤 영역에서는 부족할지 몰라도 특정 영역에서는 천재일 수도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 서번트 증후군, 자폐 등이 있는 학생들에게 음악이나 그림 같은 예술적 능력을 키워주면, 그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상에서 관계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기술적 기량으로 키워주는 일이 이곳 대안학교에서 하는 일이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개망초는 그 매력이 은근하다. 수수하면서도 곱다. 망초 꽃이 지천인 밭에 바람이 선들거리면, 그 바람결을 타고 춤을 춘다. 장미 같은 화려함이나 산언저리에 핀 산국처럼 진한 향은 없지만, 바람에 건들거리는 모습을 보면, 나 여기 있다고 나직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 같다. 똑 같은 교복과 짧은 머리를 한 여러 학생들 중에서 스펙 좋고, 공부 잘하고, 배경 좋아서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다. 고만고만한 집에서 태어나 밤잠 안자고 혼자서 부지런히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있는 듯 없는 듯 눈에 띄지 않는 내 아이와 같은 꽃이다.

부족한 부모를 원망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들처럼,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적응하며 꽃을 피우는 개망초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애잔해 진다. 개망초 꽃은 두 해만 살다가는 꽃이다. 작고 존재감 없는 소박한 꽃이어서 눈에 띄지도 않는다. 버려진 땅에, 희망을 놓아버린 땅에 지천으로 피어 다른 희망의 모습을 만든다. 부모가 좀 부족하고 스펙이 많지 않아도, 열심히 공부하고 땀흘리다보면 제 능력을 발휘할 날이 올 것이다. 어느새 텃밭이 환해졌다. 밭 가장자리에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도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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