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논설실장·대기자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후보가 당 대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18.08.25. / 뉴시스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후보가 당 대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18.08.25. / 뉴시스

[중부매일 박상준 칼럼] 지난 7월 이해찬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하자 '친노(親盧)상왕(上王)의 귀환'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의 상왕은 이해찬'이라는 말도 들었으니 과한 표현은 아니다. 그가 당대표에 선출된 이후 청와대가 그를 대하는 자세를 보면 추미애 전대표와 체급이 다르다.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까지 지낸 친문의 좌장이니 그럴만하다. 이런 그도 2년 전만 해도 정치 운(運)이 다한 듯 했다. 당시 6.3지방선거때 민주당에서 용퇴설이 돌면서 공천에 배제될 만큼 정치적으로 쇠락(衰落)했다. 하지만 그는 "잘못된 결정은 용납할 수 없다. 잠시 제 영혼 같은 더불어민주당을 떠나려고 한다. 세종시 완성과 정권교체를 위해 돌아오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생환(生還)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최근 당권까지 거머쥐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실세로 떠올랐다. 뚝심 있는 정치인이다.

이해찬은 실세대표답게 민주당의 장기집권 구상도 준비 중이다.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완수하려면 4번 정도 연속집권이 필요하다며 20년 집권플랜을 밝혔다. 하지만 그의 지나온 정치적 궤적을 보면 '야당과의 대립'은 물론 '국민과의 불화'도 걱정된다. '날카로운 외모처럼 면도날 같은 성격'에 소신이 또렷하지만 국정운영에 플러스가 될지는 의문이다.

그를 대중에 각인시킨 것은 '이해찬 세대'라는 조어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장관을 맡으면서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새로운 대입제도로 고교에서 강제로 시행되던 야간 자율학습과 월말고사, 학력고사등을 전면 폐지하고 특기 하나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무시험 대학 전형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당시 교육정책의 영향을 받은 세대를 '이해찬 세대'로 부른다. 하지만 이해찬 세대 학생들은 대학에 갈 만한 특기를 찾기 위해 방황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초저녁부터 거리를 배회하는 학생들이 공부를 잘할 리 없다. 면학 강도가 낮아지면서 이해찬 세대는 '단군 이래 최저 학력'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자신의 교육정책이 옮은 방향이라며 '공부 못 했던 일부의 넋두리'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원조를 보는 듯하다. 이상론만 갖고 개혁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 준다

이해찬은 당 대표가 된이후 자신의 존재감이 실린 굵직한 발언을 쏟아냈다. 122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환영할만한 일이다. 직원만 6만 명에 가족을 포함하면 20만 명 안팎이 지방에 내려가는 셈이다. 참여정부의 핵심정책으로 탄생한 세종시 국회의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자치분권을 위한 순수한 의도라고 보이지만 정치적 계산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균 아파트가격 격차는 9배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한 채를 팔으면 지방 아파트 9채를 살 수 있다. 지방경기 침체에 자산양극화까지 심해지면서 지방민심 이반현상을 막기 위한 여론달래기용 전략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공공기관 이전은 다음 총선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이해찬은 고향(청양)은 아니지만 지역구인 세종시에 대한 애정이 깊다.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그가 당대표로 취임하자마자 숨을 고르고 있던 세종시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교통인프라 확충, 쇼핑시설 유치 등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이 대표가 총선에서 KTX세종역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지역구의원이 아니라 당 대표다. 고속철도 정책의 합리성과 국가예산의 효율적인 투자라는 폭넓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지난 2년간 KTX세종역 신설 논쟁은 사실 무의미하다. 전문가의 의견 또는 세종시와 오송역의 거리나 호남분기역인 오송역의 기능축소등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5월 공식적인 용역을 통해 세종역 신설이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없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집요하게 세종역 신설을 끄집어낸다. 도무지 소모적인 논쟁이 끝이 없다. 경제실정과 여론의 역풍에도 경제정책과 탈원전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청와대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고집스레 앞만 보고 달리는 청와대와 이해찬의 '2인3각'이 더 무서워 보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