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진행중인 정치관계법 개정논의와 관련한 자체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현행 20세로 되어있는 선거연령을 낮추는 한편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이들 사안에 대해서는 정치권내에서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서있는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어 시한을 훌쩍 넘겨 막판 초읽기에 몰려있는 국회의 논의과정에 인권위의 목소리가 어떻게 반영될지 눈길을 끈다.
 선거연령 하향조정은 민감한 문제다. 현행 20세인 선거연령을 19세로 낮출 경우 유권자수가 84만여명, 18세로 할 경우 160여만명이나 늘어나게 돼 선거결과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회 정개특위 논의과정에서 열린 우리당과 민주당이 19세로의 하향조정을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현행연령을 고수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선거연령 재조정 문제는 정치권의 당리당략을 떠나 검토해 볼만한 과제다.
 18세부터 공무원 응시자격이나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국내의 다른 법령이나 18세 이상을 성인으로 인정하는 국제인권규약을 구태여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회의 급격한 발전과 변화추세에 따라 젊은이들의 자기의사 결정능력이나 판단력의 성숙속도도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징병제와 공무원 자격연령에 생물학적 고려 및 청소년의 현실적 사회생활 연령이 고려되었듯이 정치적 의사표시 허용연령에도 ‘인권’ 이상의 고려와 고민이 있지 않으면 안된다.
 동시에 선거연령 재조정 논의에 함축되어있는 시대의 변화를 충분히 포용할 수 있는 각종 제도적 정비도 필수적 선결과제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연령인하가 전체 국민의 정치적 의사의 정확한 반영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선거제도의 본질적 기능과 관련해 보다 깊은 고민의 흔적을 내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않은 선거연령 재조정 논의는 각자 서있는 위치에 따른 정치적 이해관계의 반영차원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실명제를 둘러싼 논란도 본질적으로는 다를 바 없다. 인터넷이 대표하는 온라인 네트워크는 무서운 발전속도를 가지고 전세계를 뒤덮어 가고 있다. 규범이 미처 정해지기도 전에 이미 멀찌감치 앞서 나가고 있는 온라인 세계의 전방위적 영역확대는 이미 오프라인과의 구별조차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을 정도다.
 인터넷 실명제도 그런 점에서 이를 둘러싼 정치·사회·경제적 이해득실보다는 인터넷의 바람직한 발전과 활용을 유도하는 정책적 판단 아래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통제불가’를 이유로 한 방기나 오프라인시대의 낡은 규범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둘다 올바른 접근 방향이 아니다. 그렇지만 온긿오프라인을 불문한 최소한의 책임성의 확보는 규제나 인권 이전의 문제인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