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턱수염과 머리가 희긋희긋 한 중년의 중후한 신사가 모델이 된 광고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카피가 있었다.
 이같은 광고 카피는 경제의 어려움속에서 정부는 물론 기업등 사회 각 분야에 몰아닥쳤던 구조조정의 돌풍속에서 감원이나 퇴직대상자들의 인사 기준을 단지 나이에 두고 있었던 사회분위기 속에서 광고가 되어 더욱 세인들의 눈길을 끌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젊은이들과 함께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의 중·장년세대들이 그동안 각분야의 중추적자리에서 활동하며 쌓아온 경험과 연륜이 결코 나이라는 단순한 숫자의 잣대로 사회의 일선현장에서 무조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사회·경제적으로 큰 손실일 수도 있다.
 한 그루의 나무가 겹겹의 나이테를 두르지 않고서는 거목이 될 수 없듯이….
 그러나 우리는 그간 사회·경제적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고비용·비효율적 조직이나 인적구성의 구조적 모순을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끊임없이 추진되고 있다.
 이같은 구조조정속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광고 카피가 ‘나이는 구조조정의 잣대다’로 바뀌어 우리사회에 ‘사오정’과 ‘오륙도’라는 새로운 유행어가 회자되었다.
 며칠전 기자가 만난 청주시청의 한 공무원은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은 아직 멀었다”고 그동안 지켜본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에 대한 소회를 말하고, “이제는 공직사회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경영모델을 도입하여 행정의 서비스 향상과 함께 지방재정의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법과 규정에 따른 예산 집행은 당연한 것이고 그 보다는 행정의 효율성과 생산성으로 재정수입에 기여하는 시책에 중점을 두고 적극 추진해야 하며 이같은 실적을 근무평가에 반영해야 공무원들의 창의성도 활발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청주시청 뿐만이 아니다. “아직도 공무원사회에서는 일이 넘쳐 야근을 밥먹듯하는 일부 부서도 있지만 할 일이 없는, 아니 일하지 않아도 괜찮은 자리에 사람이 버젓이 앉아 녹만 축을 내고 있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청주시청의 한 공무원은 “자리를 옮긴후 일선 공무원이 1년동안 한 일을 점수로 환산해 보니 10점도 줄 수 없더라는 것이다. 이같은 점수의 업무량이라면 그 자리와 그 사람은 없어도 된다고 판단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직책으로는 공무원의 속성상 부서의 자리를 없애거나 사람을 줄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근무자세를 독려하고 철저한 관리를 실시한 결과 1년후에는 전년도에 비해 10배 이상의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관리자들의 관리 소홀과 무관심이 공직사회의 효율성이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역시 공무원사회의 구조조정은 포장만 요란했던 것인가.
 청주시청이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실시하고 있는 시정평가 사업에도 기자가 만났던 공무원의 소회가 반영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무원의 수는 일의 다소·유무에 불구하고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는 ‘파킨슨의 법칙’을 스스로 깨지 않는한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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