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영화 '서치'의 한장면 / 다음 영화
영화 '서치'의 한장면 / 다음 영화

 [중부매일 메아리 박상준] 평범한 미국중산층 가정의 자녀 실종사건을 다룬 영화 '서치'가 조용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형식도 파격적이지만 메시지도 인상적이다. 깨알 같은 행복과 아내를 암으로 잃은 아픔이 노트북 화면 속에 세월의 두께만큼 차곡차곡 담겨 마음이 허전한 가장을 위로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다이어리처럼 기쁨과 슬픔이 교차된 세 식구의 모습은 따뜻하고 절제된 디지털 영상만 보고도 자연스레 감정이입 된다. 건조한 부녀의 일상은 밤늦게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기고 사라진 딸의 실종으로 서스펜스 넘치를 스릴러로 전환되면서 속도를 낸다. 소재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더구나 웹 곳곳에 남겨진 누군가의 흔적을 찾아내 삶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는 흔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같다.

우선 91년생인 가나 쉬 차 칸티 감독은 전통적인 영화문법과 전혀 다른 길을 찾았다. 아버지는 사라진 딸을 찾기위해 직접 거리로 나서지 않는다. 경찰에 실종신고 하지만 그렇다고 의존하지도 않는다. 집에서 딸과 주변사람들의 SNS계정을 추적하며 딸의 흔적과 실종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스크린은 사건의 전개를 오로지 노트북, 모바일, CCTV 등 디지털 기기의 눈으로 쫓아간다. 모든 영상을 모니터 화면으로 구성했다. 20대 젊은 감독의 영리하고 기발한 발상이다.

할리우드 영화지만 한국계 미국인 가정이 중심축이다. 그래서 존 조, 미셀 라, 조셉 리 등 한국계 배우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했다. 미국 대중문화 잡지 '베너티 페어'는 "할리우드 스릴러 최초로 아시아계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배우들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NS의 순기능과 부작용도 첨예하게 드러냈다. '서치'는 10대들이 즐기는 SNS, 라이브 방송 등 인터넷 문화까지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공간이다.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해 상대를 현혹시키는 채팅사이트의 부작용은 물론 누군가의 가슴에 비수를 꽃을 듯한 댓글의 폭력성도 보여주고 있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가장 서늘하게 한것은 아빠가 사라진 딸을 찾기위해 SNS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딸의 진짜의 모습일 것이다. 아빠는 일에 매달리고 고교생 딸은 학원과 친구들과의 스터디에 바쁘다. 그러나 아빠는 딸과 수시로 톡을 교환하며 누구보다도 잘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겉모습만 보고 있었다. 아빠는 딸이 피아노학원을 6개월전에 그만둔지 모른채 학원비를 보냈고 학교에서 외톨이 였으며 심지어 점심때 교내식당 구석에서 '혼밥'하는 것도 몰랐다. 아빠에게 활달한 모습을 보였던 딸은 실은 엄마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한채 깊은 상처가 있으며 마음을 터놓을 만한 상대가 없는 외로운 소녀였다. 그래서 마약을 찾고 SNS에서 만난 비슷한 처지에 놓인것 처럼 현혹시킨 '가짜친구'에게 깊이 빠졌다. 영화속 설정이지만 공감이 간다. SNS 대화는 비대면 소통이다. 표정과 몸짓을 볼 수 없으니 상대의 진심을 알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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