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지며 서울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위태롭게 서 있다. 2018.9.7 /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지며 서울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위태롭게 서 있다. 2018.9.7 / 연합뉴스

[중부매일 사설] 올 6월 이후 서울 동작구, 금천구, 용산구에서 건물과 땅 등 세 건의 붕괴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지역주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사고의 공통점은 주민들이 구청에 붕괴 위험에 대해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당 자치구가 민원을 회피하거나 묵살하는 등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사고 징후가 역력한데도 해당구청 공무원들은 "담당자가 연락을 늦게 받았다", "시공사에 연락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던 사고가 사회적인 이슈가 될 만큼 커진 것은 지자체의 무책임한 행정과 공무원들의 복지부동한 자세 때문이다. 단지 서울시와 해당 구청의 문제로 국한될 수 없다. 전국의 지자체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세 건의 사고 중 자치구의 안일한 태도가 가장 심각했던 것은 지난 6일 밤 인근 공사장 흙막이 붕괴로 건물이 기운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 사고다. 맨눈으로 봐도 위태로운 상황이었고, 유치원과 전문가들이 위험을 여러 차례 구청에 알렸지만 민원을 건성으로 넘겼다. 구청의 대응과정을 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해당 유치원은 올 3월 자체 컨설팅에서 '지반 붕괴 위험' 의견을 받았고 이를 공문으로 작성해 4월2일 동작구청에 보냈다. 그러나 구청은 해당 의견서를 공사 감독업무를 하는 감리사와 건축주에게는 보내지 않고 설계사와 시공사에만 보냈다. 이로 인해 감리사와 유치원은 붕괴위험 의견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만약 유치원 붕괴가 밤이 아닌 낮에 이뤄졌으면 학생과 교사들까지 큰 화(禍)를 당했을 것이다.

지난달 31일 땅 꺼짐이 발생한 금천구 가산동 아파트 사고도 비슷하다. 사고 열흘 전 아파트 단지 주차장 바닥에 균열이 발생하고 지반침하가 우려돼 주민들이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위험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구청이 졸속으로 오피스텔 허가를 내준 것이다.

지난 6월초 갑작스럽게 무너져 내린 용산구 4층짜리 상가 건물도 사고 한 달여 전부터 균열이 생기는 등 붕괴 조짐이 있어 한 세입자가 5월쯤 구청에 건물에 균열이 생기고 기울었다는 민원을 사진과 함께 제기했지만, 구청 측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고 한다. 뒤늦게 사고가 발생하자 비겁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지자체가 이런 식의 무사안일과 수수방관으로 일관한다면 더 큰 재난을 당할 수 있다. 재난은 어떤 우연한 사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러할 개연성이 있었던 경미한 사고가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한다. 큰 재난은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3개월 새 세 건의 건물·땅 붕괴사고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초기에 주민들이 신속히 발견했으면 구청이 서둘러 나서서 빈틈없이 안전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지자체가 사고가 일어나고 인명피해가 발생해야 호들갑을 떠는 일이 반복된다면 국민들을 놀라게 할 대형 사고를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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