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중국사회과학원에서 한중학자들간 6자회담 관련 세미나가 열려 잠시 다녀왔다. 북한 핵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들을 수 있을까 해서 필자는 전부터 이 세미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미북한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은 동북아 지역 패권을 확보하는데 매우 유리한 조건이므로, 중국이 어떻게 이 조건을 활용해 나갈 것인가를 들어보고 싶었다.
 세미나에서 중국 사람들의 입장은 두 가지 면에서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하나는 북한을 보는 시각의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핵 해결 방향이었다. 중국에게 북한은 전통적으로 혈맹관계, 혹은 순치관계라 하여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에서 중국측 참석자들은 이제 양국관계는 정상적인 관계라는 것이었다. 즉 중국측 학자들은 중조관계의 정상화, 혹은 다소 거리가 멀어진 疎遠化 과정이 현재의 북중관계라는 것이었다.
 또한 북한핵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이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대북지원, 지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북한핵개발 문제는 중국도 반대하는 입장이므로, 정상적인 조중관계에서 전통적인 혈맹관계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세미나를 끝낸 후 필자에게 느껴진 북한 핵과 한반도상황에 관한 중국의 태도는 분명했다. 중국은 북한 핵을 찬성할 수 없을 것이나, 남북한 관계에서 아직은 북한이 불리해지는 것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미국과 한국의 동맹관계를 고려하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협력과 지원은 한반도 안정과 균형에 중요하다는 다소 엉뚱한 주장도 중국참석자에 의해 제기되었을 정도였다. 결국 중국학자들은 중국정부가 북한핵개발을 중단, 포기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나, 이를 먼저 공식화하여 북한이 곤란한 입장으로 밀리는 것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을 정리하였다.
 실제로 6자회담에서 중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미북간 갈등을 물리적 충돌로 가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만이 중재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체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적 지원을 통해 북한사회의 위기를 타개시켜 줄 수 있는 힘있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바로 중국의 몫이기 때문이다.
 결국 세미나를 통해 필자가 내린 결론은 이번 6자회담의 최종승자는 중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6자회담의 중재자 역할을 통해 중국은 국제사회 위상이 제고될 것이고, 그들이 원하는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이 지원해 온 북한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나머지 회담 참여국들에게 분배함으로써 중국의 부담을 줄이게 될 것이다. 나아가 충분한 개방과 개혁이 진행될 때까지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정도는 더 심화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였다.
 이제 우리 앞에는 잠재적 능력만 있는 중국이 아니라,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중국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관광객이 물밀 듯 몰려가는, 발전정도가 낮은 상태의 발전도상국 중국을 보는 날도 많지 않을 것 같다. 이웃이요, 협력자로서의 중국을 맞이할 충분한 준비가 우리에게 필요할 것 같다. 2월25일부터 개최되는 2차 6자회담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역할이 효과를 보게되어, 회담이 원만한 진전을 이루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조기 정착되기를 바란다.
 /충북대 정외과교수 김 도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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