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한인섭 편집국장

이시종 충북지사가 5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선7기 충북도가 추진할 공약사업 130개를 발표하고 있다. / 충북도<br>
이시종 충북지사가 5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선7기 충북도가 추진할 공약사업 130개를 발표하고 있다.

[중부매일 편집국장 칼럼 한인섭] 이시종 충북지사는 이제 선출직에 도전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충북'이 맡길 일은 뭘까. 충북도정에 이해가 있는 이들이라면 '행정 트랙'에서 벗어난 역할을 해 달라는 주문을 가장 먼저 내놓지 않을까. '8전 8승'(충주시장 3선·국회의원 2선·충북지사 3선)'의 이력에 '배짱'을 보탠 과감한 '정치행보'를 말하는 것이다. 이 지사는 공천을 받으려 대통령이나 정당눈치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표(票)를 달라 눈치 볼 일도 없다. 

불쑥 이 지사 얘기를 꺼낸 것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 때문이다. 그가 당대표에 당선된 것 자체로 충북과 청주를 위협할 'KTX 세종역'은 '순풍'을 맞은 양상이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 이 지사가 나서 '이해찬의 세종역'을 주저 앉혀야 한다는 소리다.

세종역은 단순히 간이역 형태의 시설물이 들어서는 것에 그칠 일이 아니다. 이해찬 의원과 세종시는 중앙부처 공무원과 주민들이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 간헐적으로 정차하는 정도는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떤다. 충북이나 청주 입장에서도 한걸음 물러나보면 허용할 수 있는 합리적 견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치만 들여다봐도 그렇지 않다.

이미 세종지역 부동산 업계와 주민들은 '세종역'을 더 없는 호재로 여겨 국토교통부의 결정만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요즘 6억원 정도에 거래되는 아파트라면 KTX역 결정과 동시에 10억원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요즘 세종에서 6억원에 거래되는 아파트 분양가는 4억원 안팎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래서 팔겠다는 아파트가 없을정도라고 한다.

이런 기대감과 부동산 사정이 세종역과 맞물리면 어떻게 될까. 돈과 사람이 몰릴 게 뻔하다. 부동산 사정을 잘 모르긴 해도 청주권 아파트 시장이 죽을 쑬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먼데서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과연 부동산만 그럴까. 줄줄이 세종으로 쏠릴 게 뻔하다. 청주와 대전, 공주와 같은 인접도시는 말할 것 없이 정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알다시피 청주 오송에 경부선 KTX역과 호남선 분기역이 설치된 것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비전의 산물이다. 충북은 고래(古來)로 청주였던 옛 청원군 부강면을 고스란히 세종에 떼어주지 않았나. 공주시도 마찬가지다. 세종시 건설과 균형발전에 대해 충청권 4개 시도가 '합의'했던 산물이기도 하다.

이해찬에 이어 양승조 충남지사도 '사견'이라는 화법으로 '더듬수'를 내놓았지만, 속내는 확인할 필요도 없을 게다. 충남 내부 반발(공주시 등)이 신경 쓰이더라도 이해찬이 당의 중심으로 떠오른 정치환경을 더 살펴야 했던 모양이다. 결국 이춘희 세종시장은 10일 이해찬 의원(당대표)과 예산정책협의회를 하면서 세종역 신설을 정식으로 건의했다.

그렇다면 충북도 화답할 타이밍이 됐다. 4선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계속 침묵을 해야하는 것인가. 내리 4선을 하도록 이런 방면의 일에는 소질(?)을 보이지 않아 기대감이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변재일 의원(청주 청원)이나 오제세 의원(청주 서원)을 거론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오송역이 지역구인 국회 도종환 의원(청주 흥덕·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마찬가지이다.
마침 이시종 지사는 지난 4일 5대 분야 130개 사업을 망라한 민선 7기 공약사업을 발표했다. 물론 제대로 잘 해야 한다. 

그러나 민선 7기에서도 이 지사가 '행정의 트랙'에 갇혀 정부예산 확보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한인섭 편집국장
한인섭 편집국장

'이 지사=워크홀릭(일중독자)'이라는 소리도 마냥 긍정적으로만 봐줄일이 아니다. 이 지사는 종전 궤적과 한차원 다른 '정치적 점프'도 도모할 게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정치적 외풍'을 잡을 수 있는 정치적 '무게'와 '배짱'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이 지사는 과연 '링'에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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