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위기는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위기는 과거의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게 비춰지고 있다. 지역 농협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해산 결의’라는 극단적인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파주 교하농협은 최근 긴급 대의원총회를 열고 재적 대의원 66명 중 54명 참석, 47명 찬성으로 농협 해산을 결의했다.
 교하농협 대의원들은 해산결의 이유에 대해 “지난 2년간 2억9천여만원의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입직원 연봉이 3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방만하게 경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 구미 장천농협도 조합원 1천200여명중 917명이 조합원 탈퇴서를 제출,해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천농협 대의원들은 지난해 말부터 조합장 등 간부 임금 4000만원 수준 인하,대출금리 2~3% 인하,노조해산 등을 요구하며 조합측과 협상해왔으나 결렬, 해산 절차를 밟고 있다.
 도내 농협에서는 아직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도내 농협의 상황도 위 농협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다.회원조합간 다소의 편차는 있지만 도내 농협 전무들도 7000~9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무들에게 고액 연봉을 주던, 안주던 그것은 농협 내부의 문제일 수 있다.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액연봉을 받는 것이 왜 문제가 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흔히 농협을 말할 때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표현이 ‘농민의 위한 농협’이다. 이는 농협의 존재 이유가 농민에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선언적으로 나타내는 문구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지금 우리 농촌은 절망을 넘어 집단 황폐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개개 농가마다 빚이 없는 집이 없다.이 영향으로 도-농 소득격차는 물론 과다 채무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하는 농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농민의 위한 농협’의 최일선에 서있는 전무들이 1억원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우선 정서적으로 이를 수용할 수 없다. 그리고 ‘농협 관료’들이 농민들의 학업이 낮다는 점을 악용, 농민들을 업신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도내 농민들의 농협에 대한 불신은 폭발일보 직전이다. 현재 그들의 입에서는 “농민을 위한 농협이 아니고 농협을 위한 농민”이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굳이 법적인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가입회원이 탈퇴를 하면 농협은 존재 당위성이 없어진다.따라서 지금부터는 농협관료들이 수습안과 개혁안을 내놔야 한다. 그러나 이 수습내지 개혁안은 농협관료들의 자기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는 농협관료의 자기 희생적인 모습을 대구 달성군 유가농협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보도에 따르면 유가농협은 조합원의 개혁 요구를 과감히 수용, 조합장과 전무 연봉을 종전대비 51%를 삭감했다.
 물론 이것이 농협 개혁의 전부는 아니다. 이른바 유통 부분을 구조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농협이 살아남을 수 없다. 농협관료와 농민들이 빨리 상호불신을 해소하고 유통개혁에 나서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시간은 많지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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