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전 방영한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 장면에서 등장한 북한의 KN-06 지대공미사일(번개 5호). 2018.9.10  /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전 방영한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 장면에서 등장한 북한의 KN-06 지대공미사일(번개 5호). 2018.9.10 / 연합뉴스

[중부매일 중부시론 심의보] 엊그제 9월 9일은 북한의 인민정권 창건일(人民政權 創建日)이다. 간단히 '구구절'이라고도 부른다. 이날의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에는 ICBM이나 신형 무기 등의 공개없이 육해공 정예병과 재래식 무기, 평양시민 등이 동원된 수준에서 퍼레이드가 진행됐다고 한다.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사설에서 "최강의 전쟁억제력을 가지게 됐다"고 선전하며, "우리 조국이 경제강국으로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북한이 건국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군사 퍼레이드를 크게 열었지만 높은 수준의 미사일은 선보이지 않았으며 퍼레이드의 거의 절반을 내부 경제를 키우려는 시민들의 노력에 할애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 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제 살리기 전략을 틈타 북한에서 공식 및 비공식 시장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를 통한 신흥 부유층이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바뵈프는 프랑스 대혁명 시대의 정치 선동가였다. 혁명가 중에서도 초급진파에 속하던 사람으로 앙시앵 레짐과 기득권층, 자본가, 부르주아 등에 저항하여 평등을 강조하며 반체제 운동을 펼쳤다. 그는 사유 재산권을 폐지하고 국민 모두가 똑 같이 재산을 나눠 가질 것을 주장하면서 "한 인간이 다른 인간보다 더 부유하거나 현명하거나 강해지려는 욕망을 처음부터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사회를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르크스는 시장으로 대표되는 사유 재산의 폐지를 주장했다. 반복되는 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종말을 예견했다. 러시아 혁명을 성공시킴으로써 마르크스주의는 정통으로 확립되는 듯 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가 등장하여 페레스트로이카를 추진하면서 자본주의 진영과 대결이 아닌 타협을 모색하던 중, 끝내 소련은 해체되고 마르크스주의는 종언을 고했다.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했던 정치이념이 형체도 없이 현실 정치에서 사라진 것이다.

완전한 공산국가가 있는가? 재산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눠가지라면 인간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에서는 오로지 '빈곤의 평등'만이 가능하다. 그리고 '프롤레타리아의 독재'는 필연적으로 공산당 일당 독재와 1인 독재로 전락한다. 그런 사회에서 사는 사람은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부를 박탈당한 채 노예로 살 수밖에 없다. 바뵈프나 마르크스와 같은 사상가가 잘못된 처방을 내놓는 바람에 인류는 고통을 겪었다.

경쟁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알게 모르게 경쟁 속에서 산다. 입시경쟁과 취업경쟁, 출세경쟁 등 한정된 자원과 영역, 생태적 지위, 짝짓기 대상 등을 얻기 위하여 둘 이상의 개체 간 혹은 종간에 벌어지는 상호작용이다. 경쟁은 진화를 일으키는 주요 동력 중의 하나이다. 특히 시장경제에서 경쟁 없이는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사회 전체의 부(富)를 증대할 수 없다고 하니 경쟁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셈이다.

경쟁이 없는 사회가 있을까?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종합 2위를 목표로 했다가 3위로 밀렸다. 승패와 메달을 놓고 다투는 스포츠 경기는 경쟁사회의 축소판이다. 2015년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에서 우승자 우사인 볼트(9.79)와 2위를 한 미국 선수 저스틴 개틀린(9.80)과의 차이는 0.01초였다. 얼마나 치열한 경쟁인가?

심의보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우리가 좌절하는 것은 경쟁에 의한 사회 효율성을 강조하며 적자생존의 원칙에 입각한 승자독식의 체제를 바탕으로 경쟁참여가 불가능한 금수저와 경쟁의 패배자를 배려하지 않는 비인간적 사회체제의 고착화이다. 따라서 냉혹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짐승의 모습을 한 자본주의에서 패배자와 경쟁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을 함께 배려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경쟁사회 (competitive society with a human face)'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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