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원산도 전경. / 뉴시스
원산도 전경. / 뉴시스

[중부매일 아침뜨락 류시호] 최근에 보령시 원산도를 가기위해 대천여객선 터미널에 갔다. 바다 냄새와 여행의 즐거움에 취하는 사이 선촌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 섬에는 오봉산해수욕장, 원산도해수욕장, 저두해수욕장 등 3곳의 해수욕장이 있다. 선착장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해수욕장 인근에 내리니 주민들이 반갑게 인사하고, 조개잡이를 가는 모습과 농사일을 하는 모습들이 정겨워 보였다.

이곳 주요 농산물은 쌀, 고추, 무, 배추, 마늘 등을 재배하고, 바다에는 멸치, 밴댕이, 까나리, 새우, 굴 등을 잡는다고 한다. 그런데 원산도와 보령시 대천항 사이는 8키로 미터 해저터널을 공사 중이고, 원산도와 영목항 사이에는 6키로 미터의 다리 공사가 끝나가고 있었다. 해저터널이 완공되면 국내에서는 가장 길고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해저터널이 된다고 한다. 저녁은 대천여객선 터미널 인근 어항에서 맛있는 회감과 소라를 구입하여, 대천 해수욕장에 있는 충청북도교육청 학생해양수련원 숙소로 돌아 왔다. 일행들과 맛있는 회와 소라를 안주로 와인을 마시며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한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복도에서 같이 근무한 후배 교사를 만나니 더욱 옛 시절이 그리웠다.

다음날, 보령시 성주면 성주산로의 개화예술공원을 갔다. 5만5천여 평의 이 공원은 미술관과 세계 최대 규모의 조각공원, 화인음악당, 허브랜드 등 종합문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15년 전 개관한 모산조형미술관은 보령에서 나오는 오석(烏石)으로 지었다고 한다. 조각공원에 가니 조각상, 시비 등 총 1천5백여 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시비(詩碑)들이 많았는데, 근처에서 박춘석 작곡가 비(碑)를 발견했다. 박춘석의 비석에는 그가 작곡한 패티 김의'초우', 이미자의'기러기 아빠', 나훈아의'물레방아 도는데', 문주란의'공항의 이별'등의 노랫말과 악보가 새겨있다. 조각공원을 돌아본 후 연못과 폭포, 산책로를 따라 이동을 하니, 사슴과 토끼, 오리 등이 자유롭게 노닐고 있었다. 꽃과 나무 사이로 만들어진 수로에는 커다란 잉어와 철갑상어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연꽃으로 가득한 연못근방에는 파스텔 색조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일행들과 푸른 잔디가 있는 돌길을 따라 호젓하게 걷다 보니 멋진 드라이플라워 카페가 나타났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원산도와 개화예술공원을 여행하며 보령지역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자연이 베푼 천혜(天惠)의 백사장 대천해수욕장, 무창포 바닷길, 머드축제, 그리고 죽도의 한국식 정원 상화원이 있기에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것 같다. 입추와 처서가 지나고 길고도 더운 계절이 제풀에 지쳐 서늘한 기운을 불러들인다. 며칠 사이에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진다. 가을볕을 향하여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게 한다.

가을은 뭉게구름과 귀뚜라미 등을 타고 오고, 나뭇잎들은 색깔의 농도가 달라지고 과일들은 붉게 익어 가기에 여염이 없다. 멀지 않아 우리에게 과일들은 맛있는 것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 모두 가끔씩 길가의 들꽃 향기에 취해보고, 계곡의 맑은 물소리 들으며 머리도 식혀 보자. 가을 기운이 거리에 가득 차면, 우리의 삶도 더욱 빛날 것 같다. 높고 푸른 하늘, 우리 모두 좋아하는 책과 미술, 음악, 영화, 여행도 하면서 마음을 넉넉하게 나누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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