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 경제부 차장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첫 선정·지원하는 '백년가게' 로고.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첫 선정·지원하는 '백년가게' 로고.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중부매일 기자수첩 김미정] 자격·특허 보유, 4차 산업 기술활용, 마케팅 차별성, 매출액 대비 홍보비용…. 창업·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심사항목이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백년가게' 평가항목들이다.

중기부가 소상공인의 성공모델을 확산하기 위해 30년 이상 된 가게를 대상으로 '백년가게'를 선정, 지원하는 '백년가게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첫 사업으로, 5차례에 걸쳐 모두 100개의 가게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최저임금 큰 폭의 인상으로 유난히 힘겨운 한해를 보내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힘을 주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는 좋다. 그동안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이 전무했고, 일본의 경우 100년 이상 장수 가게·기업이 2만2천여개에 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장수가게 지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취지는 좋지만, 신청방식부터 평가항목, 선정방식 등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다.

평가항목은 자격·특허 보유, ICT 기술활용 여부, 마케팅 차별성, 서비스 차별성, 목표고객 설정 등 12개 항목, 22개 지표다. 이들 평가항목들을 보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의아하게 만든다. 30년 넘게 장사에만 매달려온 소상공인들에게 ICT(정보통신기술) 활용이란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우물 경영에 대한 철학과 열정을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얼마나 자부심을 갖고 운영해왔는지, 대물림 등 지속운영이 가능한지 등이 더 비중있게 평가돼야 하지 않을까? 백년가게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

[기자수첩] 김미정 경제부 차장
김미정 경제부 차장

신청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소상공인들에게 '알아서 신청하라'라는 식은, 자영업자들의 속사정을 모르는 데서 나온 '배려없는 요구'일 수 있다. 그들에게 백년가게 홍보가 닿기도 어려울뿐더러 각종 제반서류를 챙겨 신청하는 자체가 익숙치 않다. 지자체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소벤처기업부가 백년가게 대상을 발굴해 추천하는 방식을 병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난달 발표된 1차 선정결과를 보면, 전체 16곳중 9곳이 음식점으로 편중돼있다. 업종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오래된 가게는 지역의 자산이다. 오래된 가게가 더 오래오래 지역에서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은 이제 지역사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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