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8대 충주시의회 의원들이 개원식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제8대 충주시의회 의원들이 개원식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중부매일 사설] 요즘 일본은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로 국가비상사태다. 지난 6일 규모 6.7의 강진이 강타한 이후 여진 공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10일 밤부터 11일 아침 사이 강진이 났던 홋카이도(北海道)와 도쿄 인근 지바(千葉)에서 각각 최고 진동 진도4 규모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앞서 일본 제 2의 도시인 오사카와 인근 도시에선 태풍 '제비'로 인해 최악의 물난리 피해를 겪고 있다. 일본 전역이 혼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충북 충주시의회가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서남부 지역으로 해외연수를 강행한다고 한다. 재난으로 일본인들은 불안에 떨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긴급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 충주시의회는 이렇게 어수선한 나라에서 도대체 뭘 배우겠다는 것인가. 복구 작업을 돕기 위해 작업복을 입고 자원봉사에 나선다면 몰라도 연수를 목적으로 한다면 개념상실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번 해외연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적절치 못하다. 이번 연수의 목적은 일본의 치매관리 우수시설과 문화관광 우수사례 견학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연기하든가 포기하는 것이 맞다. 충주시의회가 가기로 한 오사카와 고베, 교토지역은 태풍 '제비'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이다. 400여 명의 사상자와 수조 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입었다. 도로와 건물 등 사회기반시설이 무너졌다. 관광지라고해서 태풍이 그냥 지나쳤을 리 없다. 무엇보다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은 피해복구에 정신이 없을 것이다.

또 이번 연수에 참가하는 12명중 시의원 6명, 충주시공무원 6명이다. 이 때문에 시의회 해외연수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이 때문에 "시의원과 동수의 공무원이 동행하는 것은 사실상 시의원들을 1대 1로 수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연수일정도 지적된다. 3박 4일 중 절반 이상이 관광지 일정으로 짜여 져 외유성 연수라는 말이 나온다. 시의원과 공무원들이 이웃나라 태풍피해 복구 작업에 동참하지는 못 할망정 관광을 하고 다닌다면 그 나라 공직자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판에 박힌 듯한 변명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시의회는 "태풍피해를 예상하지 못했으며 여행사 사정으로 취소하면 환불을 받을 수 있지만 시의회 사정으로 취소하면 위약금을 시의원 개인이 내야 하기 때문에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작년여름 청주를 비롯 충북 중부지역에 수해가 났을 때 유럽연수를 갔다가 여론의 빗발치는 질타를 당했던 충북 도의원들의 변명을 듣는 것 같다. 충주시의회는 3년 전에도 일본방문 도중 성희롱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윤범로 충주시의회 의장이 일본에서 충주시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으로 망신을 당했다. 그는 만찬자리에서 이 여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귀중한 혈세로 해외연수를 보냈는데 관광위주로 일정을 짜고 해당국가 자연재난으로 지역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외연수를 강행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지방의회 해외연수 무용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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