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미래다] 2. 청년창업메카 순천 '청춘창고'
산업구조 열악 취업 인프라 부족…'내일러 방문객 1위도시'강점연결

청춘창고 내부는 1층에 식음료점 15개, 2층에 공예관련 6개 점포가 입주해있다. 건물 구성 및 인테리어는 청년들이 제안했다. / 김미정<br>
청춘창고 내부는 1층에 식음료점 15개, 2층에 공예관련 6개 점포가 입주해있다. 건물 구성 및 인테리어는 청년들이 제안했다.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제조업 기반이 약한 순천은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내일러 방문객 1위 도시'라는 관광인프라 강점과 연결지어 청년창업 일자리를 이끌어냈다.

특히 청년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청년들이 사업 기획부터 건물 인테리어·설계, 운영까지 맡는 '청춘창고' 라는 청년창업인큐베이팅공간을 내놓았다. 푸드코트식 창업공간이자 복합문화공간, 관광객의 핫플레이스가 된 '청춘창고'에는 오픈 1년반만에 40만명이 다녀갔다. 청춘창고 사업은 지난해 청년일자리사업 선도모델 선정, 전국지자체 일자리대상 수상 등 호평을 받고 있다.

 

#열악한 제조업·관광도시, '창업'에 눈돌려

순천에는 대기업이 1곳(현대스틸)뿐으로 제조업 기반이 열악해 청년구직자들이 취업할 곳이 없다. 중소기업도 991개다. '창업'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제조업 근로자 수도 급감해 2015년 6천500명에서 2017년 5천009명으로 줄었고, 공장면적도 줄었다. 수출실적도 2년새 1/4토막이 났다.

반면, 강점은 '내일러(만25세 이하 코레일 자유여행패스 이용객) 방문객 1위 도시'라는 점이다. 순천시는 열악한 산업구조와 탄탄한 관광인프라를 연결짓고 '창업'과 '청년'과 엮었다.

백진솔 순천시 일자리창출팀 주무관은 "순천은 인근의 여수, 광양에 비해 대기업과 공단·산단 등 청년들이 취업할 인프라가 부족해 청년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렵다"며 "청년들과 간담회를 해보니 창업하겠다는 의견이 많아서 청춘창고를 기획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80년 된 미곡창고, 도전의 공간으로

청춘창고 내부는 중앙에 오픈스테이지와 계단식 객석이 있어 매일 공연이 열린다. 현재까지 버스킹 등 120회 공연이 열렸다. / 김미정<br>
청춘창고 내부는 중앙에 오픈스테이지와 계단식 객석이 있어 매일 공연이 열린다. 현재까지 버스킹 등 120회 공연이 열렸다. / 김미정

순천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청춘창고는 80년 된 낡은 미곡창고를 리모델링해 청년들의 도전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017년 2월 재탄생한 994㎡(300평)의 창고 안에는 햄버거·라면·초밥·커피·아이스크림 등 15개 식음료점과 공예관련 점포 6곳 등 21개 점포가 입주해있다. 푸드코트식으로 25명의 청년사장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린 가게에서 일한다. 매출액은 20억원. 개소 1년반만에 40만명이 다녀갔고 휴가시즌인 7~10월, 5월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말 평균 2천100명이 찾아온다.

청춘들이 도전을 시도하는 실험공간이자 꿈을 키우는 희망창고인 셈이다. 여기에 복합문화공간을 더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복층구조로 설계된 오픈스테이지와 계단식 객석, 이벤트 스테이지, 미팅큐브 등이 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2018년 8월 현재까지 버스킹 등 120회 공연이 열렸다. 대관료가 없어 자신들만의 '무대'가 필요한 청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했고, 시민들의 재능기부공연도 잇따랐다. 올해 4월부터 매주 토요일 공연이 열리고 있다.

방백두 '롤펜' 철판아이스크림가게 사장은 "관광지 메리트에다 노후창고를 리모델링한 건물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 같다"면서 "초창기에는 여행용 가방을 끈 내일러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젊은층과 가족단위가 늘었다"고 평가했다.
 

#기획부터 설계, 운영까지 청년 주도

순천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청춘창고'는 80년 된 미곡창고를 리모델링한 청년창업인큐베이팅공간이다. / 김미정<br>
순천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청춘창고'는 80년 된 미곡창고를 리모델링한 청년창업인큐베이팅공간이다. / 김미정

청춘창고가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청년들만을 위한 일자리', '청년들만 일하는 일자리'다. 청춘창고 아이템은, 청년일자리가 없다는 여론에 2015년 11월 청년창업가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나왔다. 그 때 청년일자리정책의 방향을 '취업'이 아닌 '창업'으로 잡게 된 것이다. 같은해 12월 창업에 관심있는 청년 14명으로 청년점포추진협의회를 결성해 청춘창고에 대한 큰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청춘창고' 라는 명칭부터 장소 선정, 건물 내·외부 인테리어, 교육 등 모든 것을 청년들이 상의해서 결정했다. 실질적 운영도 입점자들로 구성된 입주협의회의에서 맡고 있다. 지자체 일자리사업이지만 관 이미지를 없애고 청년들이 주도한 것이 성공열쇠다.

백진솔 주무관은 "청년들이 기획단계부터 같이 해 청년들의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에 참여율과 만족도를 높여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청년일자리문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만원대 월세·교육 등 실패부담 줄여

순천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청춘창고'는 80년 된 미곡창고를 리모델링한 청년창업인큐베이팅공간이다. 문화를 추가해 복합문화공간 역할까지 하면서 개소 1년반만에 40만명이 다녀가는 등 순천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 순천시 제공
순천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청춘창고'는 80년 된 미곡창고를 리모델링한 청년창업인큐베이팅공간이다. 문화를 추가해 복합문화공간 역할까지 하면서 개소 1년반만에 40만명이 다녀가는 등 순천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 순천시 제공

임대료 연 16만원 이라는 파격적 월세 비용으로 2년간 입점해 창업지식과 현장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최대 매력이다. 청춘창고는 전국 청년창업가에게 열려있다. 2년마다 전국공모를 한다. 역량강화를 위한 '족쇄(?)'도 있다. 1년 안에 조리사, 바리스타, 제과·제빵 등 관련업종 자격증을 따야 계약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입점 전과, 수시로 창업교육도 받아야 한다. 입점자들은 "임대료가 거의 없어 실패를 해도 리스크가 없고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좋다"면서 이보다 좋은 창업공간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창업 길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 같은 곳

# 김채린 '오새우' 사장·입점자 대표

김채린 새우요리 매장 대표. / 김미정
김채린 '오새우' 사장·입점자 대표. / 김미정

"청춘창고는 '학교' 같아요. 교육도 해주고 창업의 길도 가르쳐주고 2년 뒤 졸업할 때에는 확실히 성장해 있을테니까요. 보이지 않는 규율도 있습니다."

청춘창고 입점자 대표인 김채린(24·여·2기)씨는 새우요리를 선보이는 '오새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조리학과를 전공한 그녀는 한식, 중식, 제빵분야 자격증 3개를 밑천으로 시작했다. 요리사 꿈을 이루고 싶어 청춘창고에 입주했다.

"내 가게를 하기 전의 준비과정 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레시피를 개발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니까 밖에서 창업했을 때 여기서 배운 것을 활용해 실패률을 줄일 수 있죠."

올해 2월 입점한 그녀는 한달에 600만~7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청춘창고 가게별 월평균 매출 300만~600만원과 비교하면 상위권이다.

"청춘창고는 식사와 디저트, 체험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고, 낡은 건물과 현대식 인테리어의 독특함이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 같아요." 

김 대표는 순천시의 관심과 지원, 홍보가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경제적 부담없이 창업 도전 가능한 환경

# 방백두 'Roll;Pan' 사장

방백두 철판아이스크림 사장. / 김미정
방백두  'Roll;Pan' 사장. / 김미정

창립멤버로 1기 입점자 대표를 지낸 방백두(30·1기) 철판아이스크림 '롤펜' 사장은 원래 항만공사 입사를 목표로 했던 취업준비생이었다. 용돈벌이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플리마켓(벼룩시장)에 판 것이 창업에 도전하는 용기를 내게 했다.

"대졸 초봉에 들어가봤자 대기업이 아닌 이상 200만원도 못받잖아요. 장사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이상의 돈을 버니까. 순천은 취업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라 창업을 생각하게 됐고, 청춘창고에 입소하게 됐습니다."

광주가 고향으로 순천대를 졸업한 그는 순천이 창업여건이 좋다고 평가했다. "순천에는 수도권·경기권의 유명 프랜차이즈가 없어요. 광주전남권은 프랜차이즈가 들어와서 실패하는 곳이거든요. 배타적인 지역성이 오히려 창업에는 플러스에요."

하지만 "무턱대고 도전하면 실패한다"며 뼈있는 조언도 했다. 청춘창고 개소 전 6개월간 창업교육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창업아이템은 확실한데 자금이 부족해서 접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청춘창고는 연 16만원으로 경제적 부담이 없으니까 여기서 창업을 준비하길 추천합니다."

방 사장은 아이스크림가게 창업을 준비중이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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