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일배움카드' 사업 신청자 급증 80% 집행
사전심의제 선별 지원 "하늘의 별따기" 불만 여론
수강생 미달 폐강위기에 직원들 실업자 전락 우려

5일 오후 세종시 새롬종합복지센터에서 열린 ‘세종시 취창업 3GO’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에서 구직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고 있다.  / 뉴시스
5일 오후 세종시 새롬종합복지센터에서 열린 ‘세종시 취창업 3GO’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에서 구직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고 있다. / 뉴시스

[중부매일 안성수 기자] 실직자들의 기술교육훈련비를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사업이 상반기 예산 과다 소진으로 지원이 줄면서 구직자들과 기술교육기관들이 진통을 겪고 있다.

실직자들의 구직기간은 길어지고, 기술교육기관은 수강생 미달로 강좌를 미루면서 또다른 실업자 양상 위기에 몰렸다.

'내일배움카드'는 정부가 실직자들에게 기술교육훈련비용 등 연 최대 200만원까지 구직활동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11일 청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따르면 지난 1~7월 내일배움카드 지급건은 총 2천392건(월 평균 342건)인 반면 사전심의제가 진행된 지난 달 지급건은 270건으로 한 달만에 약 21% 감소했다.

예산의 조기 소진에 따라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사전심의제를 통해 교육훈련이 꼭 필요한 사람부터 대상자를 선별해 지원하고 있다. 까다로워진 심사기준이 고용실적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구직자와 훈련기관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달 전 도내 한 중소기업에서 실직한 A(42)씨는 재취업을 위해 청주시 B직업전문학원에서 기술교육을 받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청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내일배움카드 발급을 신청했지만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8월부터 계좌발급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취업지원대상자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A씨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신청하면 쉽게 지원금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며 "실직기간이 긴 사람은 지원을 해주고 두달밖에 안된 사람은 지원하지 않는 법이 어딨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지금까지 일하면서 고용보험을 꼬박꼬박 내왔는데 정부 지원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따졌다.

B직업전문학교 역시 사전심의제 시행으로 학원 경영에 타격을 입고 있다. B직업전문학교는 이달 개강 예정이었던 기술강좌를 수강생 미달로 인해 다음달로 개강을 연기했다.

B직업전문학교 관계자는 "지난달 교육생 20여 명이 내일배움카드 발급을 위해 청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방문했지만 현재까지 심사를 통과한 30% 정도"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어 "강좌가 폐강되면 과를 운영하던 직원들이 오히려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 아니겠냐"며 "이는 현 정부의 일자리창출 지원 취지와는 반대로 가는 꼴로, 이대로 가면 고용감소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주시 흥덕구 C간호전문학원도 최근 단과 수강생이 25명에서 15명으로 줄었다. C간호전문학원 관계자는 "내년까지 계속되면 기관 평가는 물론 운영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취업이 간절한 현장의 구직자들에게는 이번 사전심의제 시행이 큰 리스크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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