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시킴에 따라 대한민국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나올 때까지 ‘대통령 없는 나라’가 됐다. 헌정 사상 초유이고 외국에서도 흔하지 않은 일이어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국민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국무총리가 대통령직무를 대행한다지만 외교·안보에는 이상이 없을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는 대외신인도 하락과 함께 그냥 주저앉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국회가 법 절차에 따라 탄핵안을 발의하고 투표를 통해 가결시켰다지만 그 탄핵사유는 아직도 객관적인 설득력이 약하고 헌법의 탄핵요건에도 맞는지 논란거리가 되고있다.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나타난 탄핵사유는 첫째 특정 정당의 지지를 유도하는 언행을 했다는 것과 둘째 노 대통령을 포함해 측근과 참모들의 권력형 부정부패로 국정을 수행할 정당성을 상실했으며, 셋째 경제와 국정을 파탄시켜 국민에게 극심한 고통과 불안을 주었다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헌법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탄핵사유를 명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의 지지를 유도하는 언행을 한 것이 법 위반이냐 아니냐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탄핵의 제1사유로 꼽는 것은 무리라는 게 많은 법조계 인사들의 지적이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이 합법의 모양새를 갖추었지만 내용상으로는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횡포이며 당파적 목적으로 이뤄진 결과라는 주장이 우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정부는 이라크 파병과 6자회담을 비롯해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와 민생안정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 국정공백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도 탄핵을 총선과 연계시켜 정치적인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정략에서 벗어나 국민의 불안을 씻어주는데 주력해야 한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도 걱정스럽거니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응도 극단에 치우쳐서는 곤란하다. 만약에 비이성적인 분위기가 국민에게 전파돼 분신이나 국회 돌진같은 사태가 계속 일어난다면 국가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자제와 절제가 필요한 시기다.
 또한 대통령의 행위가 과연 탄핵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법적으로 판단할 헌법재판소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최대한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심판절차를 진행해야 할것이다. 윤영철 소장도 이미 이런 뜻을 밝힌 상태이니 조속한 시일내에 결정이 나올것으로 믿는다. 법에 정해진 180일은 너무 길다. 그 때까지 대한민국을 대통령 없는 나라로 놓아두어서는 안된다.
 특히 탄핵안을 가결시킨 야당은 국무총리가 맡은 국정운영에 그 어느 때보다 초당적으로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
 탄핵안 발의와 표결과정에서 생긴 여야간 갈등은 물론 국민 여론의 분열도 조속해 해소시켜야 한다. 또한 일단 국회에서는 다수의 힘으로 탄핵안을 가결시켰지만 만약 헌법재판소가 탄핵사유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릴 경우 져야 할 책임은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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