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니었다. 노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2004년 3월 12일’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부끄러운 날로 기록될 것이다.
 어느 특정 정파를 지지해서가 아니다. 민초들은 지금도 성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채 “군사작전하듯 꼭 그런 방법으로 탄핵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냐”고 묻고 있다. 또 그들의 입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이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말이 서슴없이 튀어나오고 있다.
 과거의 시위는 권력을 갖지 않은 집단이 권력을 가진 집단에게 항의나 도전을 하는 형세를 나타냈었다. 따라서 그 중심점에는 야권내지 사회 비주류층이 위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는 정치·사회적 약자가 아닌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지지내지 옹호하는 전대미문의 시위가 대규모로 벌이지고 있다.
 사실 대다수의 국민들은 탄핵안이 거론될 초기부터 마음 속으로 깊은 상처를 받고 있었다.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불과 한달 뒤면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아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4년 남짓 임기가 남은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16대 국회는 각종 부정·부패로 얼룩져 있었다. 국민들 눈에는 이미 ‘도적의 집단’으로 인식돼 있었다. 이런 제발이 저려도 한참 저린 16대 국회가 되레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나선 것은 도무지 수긍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밖에 거대 야권이 처음 제기한 탄핵안은 그 자체로 모순을 지니고 있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를 하면 탄핵안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번 거꾸로 생각해 보자. 말 한마디 사과로 철회될 정도의 것이라면 그것은 정치적으로 경미한 사안임을 의미한다.
 대통령 탄핵같은,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문제는 법리적으로 접근할 성질의 것이었지 말로 흥정할 대상은 절대 아니었다. 따라서 조 대표 스스로도 이번 탄핵안은 탄핵감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던 셈이다.
 이같은 야권의 모순되고 비합리적인 판단은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극명한 호-불호의 선택을 받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이번 노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해 10명 중 7명 이상이 ‘잘못된 일’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정당 지지도는 열린 우리당 40%대, 한나라당 10%대, 민주당 5% 안팎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열린 우리당은 종전보다 10% 이상 급등한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더욱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지금 일부 정치 세력권으로부터는 총선 연기와 개헌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는 가당치도 않고 가능한 일도 아니다. 설혹 절망감에 개헌이라는 권력구조 개편작업을 추진할 경우 이는 두번 죽은 행동임을 미리 밝혀둔다.
 탄핵안 투표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은 여권을 향해 “자업자득이다”라는 말을 여러번 외쳤다. 그러나 이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야권이 자초를 했고, 또한 자업자득적인 측면이 강하다.
 특정 정파를 지지해서가 아니다. 말 그대로 한번씩 ‘자업자득’을 주고 받았으면 그 상태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총선 연기나 개헌론 같은 ‘꼼수 정치’를 기도내지 홱책하면 지금 이상의 대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정치적인 독배’를 마시는 행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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