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서민들의 민생안정을 위해 17대 국회가 시작되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 부총리는 ‘불황이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많이 어렵다’고 전제하고 ‘서민생활 대책이 총선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반대해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 정치와 경제가 분리된 만큼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생활이 얼마나 비참한지는 3개월이상 전기료를 내지 못해 단전된 가구가 무려 63만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대변해 주고 있다. 얼마전에는 단전돼 촛불을 켜 놓고 잠이 들었다가 불이 나 장애인부부가 사망한 사건도 일어났다. 이렇게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도와주겠다고 하는 데 원칙적으로 이를 반대할 사람이 있겠는가.
 우리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수출은 잘되나 내수는 침체해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감안, 올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사회복지분야의 예산 증가율을 다른 분야보다 높이 책정했고 국회심의 과정에서도 사회복지, 실업대책비를 비롯해 사회간접자본(SOC)과 산업·중소기업분야 예산이 6천589억원이나 증액됐다.
 올해 예산이 이같이 편성됐는데 예산 집행이 개시된지 불과 2개월 반만에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하니 당초 예산이 잘못 편성됐다는 얘기인지 총선을 앞두고 서민들의 표를 얻겠다는 얄팍한 속셈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경기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다든지,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나 경기부양비나 복구비 마련 등을 위해 예산 증액이 필요할 경우 재정을 통해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이 그런 시점인지 따져봐야할 것이다.
 또한 팽창예산은 낭비적 요인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 우루과이 라운드 대책으로 나온 수십조의 농어촌 예산이 어떻게 쓰였으며 현재 농촌의 모습이 어떠한지는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소모성 예산의 결과는 이처럼 그 결과가 뻔한 것이다. 또한 다음 연도에 계획한 사업을 앞당겨 추진하면 차기 연도의 재정지출 소요를 감소시키고 중기적으로 지출계획이 없던 사업을 확대하면 그만큼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어 있는 것이 예산이다.
 예산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늘리고 싶다고 마음대로 늘려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대로 늘렸다간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추경이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수단이지만 꼭 필요할 때 편성돼야 한다는 원칙은 바로 이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현재 잘 나가고 있는 수출마저 부진의 늪으로 빠지거나 전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올 여름이나 가을께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이와함께 올해부터 반영하려던 공적자금 원리금 상환계획을 내년 예산부터로 미루었다는 사실도 아울러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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