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에 대한 경찰의 불법성 규정에 이어 정부도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방침을 재확인하고 나섰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는 이와함께 집회의 원천봉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시민단체측에도 시위 자제를 당부했다. 우리는 촛불집회의 발생배경과 자발성,평화적 성격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미묘한 정치사회적 상황으로볼 때 당국의 판단과 당부가 적절하다고 본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후 서울 도심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촛불집회는 격앙된 국회 규탄 분위기 아래서도 평화적 의사표현의 범위를 넘지않고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라 할 것이다. 그만큼 시민들의 집단적 의사표현 방식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좌다. 이와함께 자칫 국가적 혼란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정지 사태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냉정과 침착함을 유지한 채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탄핵무효 국민행동측은 주말 전국 44개 지역에서 ‘탄핵무효 100만인대회’ 등을 통해 당국의 불법성 규정을 정면돌파해 나간다는 계획이어서 경찰력과의충돌 여부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의 불법규정 이후 집회 참가자가 줄어들고 있으나 국민행동측이 시위를 통해 탄핵무효화 여론의 추동력 확보에 나설 경우예상외의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국의 신축적인 대응과 국민행동측의 자제에 대한 각계의 주문이 이어졌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우리는 국민행동측이 좀더 신중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애당초이번 촛불 집회는 탄핵 규탄이라는 정치적 성격을 출발점으로 하고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집시법 규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문화행사의 외양을 가진 진행방식이나시위의 자발성 등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본질 자체가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측면을 주목한 당국의 판단은 옳다고 본다. 물론 오랫동안 일몰후집회를 일절 금지해온 경찰의 집시법 운용 관행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듯한 국민행동측의 집회강행 방침은 그 자체로서많은 문제와 논란의 소지를 안고있다.
 
 특히 총선을 한달도 채 남기지않은 상태에서 강한 정치성을 띤 집회를 이어나가겠다는 국민행동측의 방침은 탄핵여론의 모멘텀을 총선에 반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도’에 대한 의혹과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당부논란을 떠나 자성과 재검토를 권고하고 싶다. 당국의 ‘불법집회’ 성격규정에 대해 마치 힘겨루기 라도하듯 대규모 시위계획으로 맞서는 것은 볼썽사납기도 하거니와, 현실적으로 예상했던 성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정치권 뿐 아니라 나라의 모든책임있는 세력들이 자중해야 할 때다. 두려움과 겸손으로 ‘여론’을 대해야한다는 교훈은 비단 정치권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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