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재판정에 가 보았다.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법정을 찾은 방청객은 물론 사건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로 꽉찬 방청석 맨 앞줄에는 피고인들이 앉아 있고 담당 검사와 관련 변호사들이 자리를 잡고 재판장이 입정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판장이 법정에 들어서기 전엔 방청석 곳곳에서 작은 목소리지만 삼삼오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였으나 입회서기가 재판장의 입장을 알리며 모두 일어서라는 지시에 재판정은 곧 엄숙해지고 검사와 변호사는 물론 방청객과 피고인들 모두가 일어서서 재판장에게 예의를 갖추고 자리에 앉는다.
 이어 속개된 재판에서는 검사와 변호사가 사건과 관련된 중인들의 심문에 이은 반대심문이 이어지고 이들에 대한 재판장의 보충심문등이 이어진다.
 재판에 관여한 검사와 변호사간의 사건과 관련된 법리적 공방은 검사와 변호사가 재판정에서 증인 및 피고인들을 상대로 첨예하게 대립되지만 검사와 변호사 개개인들의 감정이나 이해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채 논리적이며 합리적인 주장으로 일관한다.
 재판장인 판사는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을 위한듯, 재판정에서의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하기에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아 엄격한 법의 심판에도 불구하고 때론 인정과 사랑의 눈물이 배어 난 판결이 있는 것이라 믿는다.
 이같이 권위가 지켜지고 모두가 엄숙한 가운데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도 때론 고성과 소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날 일부 시국사건과 관련한 법정이거나 양심수라 지칭되는 피고인들의 재판과정에서는 피고인은 물론, 이들을 지지하는 일부 방청객들이 시국과 관련한 주장을 큰소리로 외치거나 소란을 피우다가 재판장의 제재를 받고 때론 법정에서의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요즘 우리사회 구성원들은 모두가 정치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 큰 소리로 혹은 작은 소리로 나름대로의 주장을 펴고 있다.
 탄핵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단체들과 시민들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가 전국의 도심 곳곳에서 열리고 있으며 탄핵 정국과 관련한 정당들의 희비 또한 엇갈리고 있다. 이에 ‘진보와 보수’및 ‘반노와 친노’라는 이분법적의 대립은 끝내 상대를 타도해 보겠다는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듯 하다.
 이러한 ‘대립에 이은 타도’의 결과는 양쪽 모두가 패자이며 최고의 피해자는 국민들임에 틀림없다. 대화와 토론에 이은 타협이 없는 민주주의는 없으며 독선과 외곬의 끝은 결국 독재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탄핵 소추에 대한 ‘반대’와 ‘지지’의 주장은 외칠만큼 외친 것 같기에 우리모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재판정의 방청객으로 돌아가 조용히 그러면서도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지키면서 국회의 소추위원측과 노무현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과 판결을 기다려보자.
 헌법재판관들의 인격과 경륜과 양심을 믿기 때문이다.
 이해다툼의 재판은 조정(調停)이 최고라 했듯, 탄핵소추에 대한 헌재의 심판 이전에 정치권의 조정의 지혜가 모아지는 것도 바람직할 것 같다.
 봄철을 맞아 산야에 만개한 산수유의 향기가 오염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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