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자연으로 이뤄진 공간…교감하며 생태공존 실천

사람과 자연이 공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스페이스선 엄수정 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직원들이 지붕위에서 활짝 웃고 있다. / 스페이스선

[중부매일 안성수 기자] '물을 안쓰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을까?' '빗물을 모아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

산과 들, 강이 어우러진 충북 충주시 소태면에 터전을 잡아 살고 있는 엄수정 대표와 직원들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을 추구한다. 사회적 기업'스페이스 선(仙)'은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고 자연안에서 '물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이를 착안해 국내 최초로 모듈형 '빗물저장탱크'와 물을 쓰지 않는 '생태 화장실'을 개발·보급하게 됐다.

스페이스 선 엄수정 대표는 "세계지도를 펼치면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물이지만 정작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은 지구 전체 물의 1%에 불과하다"며 "Black Gold(석유)의 시대가 가고 Blue Gold(물)의 시대가 도래하는 현재 스페이스 선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엄수정 대표와 직원들은 지난 2011년 도시 생활을 뒤로 한 채 시골 한 작은 마을로 귀촌했다. 매일 아침 자연을 느끼고 직접 지은 농산물로 끼니를 해결한다. 이들은 사람(人)과 자연(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이 곳의 이름을 '스페이스SEON: [仙]'이라고 지었다.

스페이스 선은 지난 2013 5월 우연한 기회에 정부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3기에 참여해 선정됐다. 그리고 이듬해 2월 주식회사 스페이스선을 설립해 8월 충북형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됐다.

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이 점심으로 먹을 자장밥을 직접 만들고 있다. / 안성수

그러나 설립 초기 기업 운영은 순탄치 않았다. 귀촌한 이들은 자연을 느낄 줄을 알았지만 사업에 대한 지식, 의지 등은 턱없이 부족했다. 아이템 개발을 하기도 쉽지 않았고 또 개발을 한다해도 이에 대한 홍보, 판매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함께 하던 이들중 일부가 스페이스 선을 떠났다.

엄 대표는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남아 있는 6명의 사람들이 다시 의기투합했다"며 "아이템 개발 및 사회적 기업 소셜 미션 해결에 치중했고 이 중 환경과 직결된물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 결과 스페이스 선은 지난 2015년 3월 LG 소셜펀드 충북지역 Starting Group 선정, 2016년 3월에는 국내 최초 모듈형 소형빗물저장탱크와 대소변분리기를 출시하게 됐다. 그리고 2017년 충주 사회적 기업 정식 인증을 받았다.

스페이스 선이 개발한 빗물저장탱크는 기존 둥글고 커다란 기존 물탱크의 이미지를 벗어나 기업 슬로건인 '지구에게 듣다'에 맞게 스피커 모양을 본떴다. 사이즈도 규격화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설치가 가능하며 처마빗물받이에서 탱크로 배관이 연결되면 빗물이 그대로 탱크로 흘러들어온다. 현재 초등학교, 대학교, 관공서 등 국내 주요 기관에서 설치돼 있으며 지속적으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물을 쓰지 않는 '생태 화장실'은 대·소변을 따로 분리해 보관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변은 밀폐보관, 대변은 톱밥이나 왕겨, 미생물인 EM을 활용해 퇴비로 만든다. 대소변이 분리가 되면 퇴비를 만들 수 있을뿐 아니라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국내 사용하고 있는 수세식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오폐수가 처리되지 못한 채 다시 바다로 버려지고 있는 점을 보완한다는 취지다.

체험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동물들과 어울리고 있다. / 안성수

엄 대표는 "국내에서는 다소 번거로울 수 있지만 자연을 생각하는 이들의 구매가 점점 늘고 있으며 특히 화장실 조성이 미흡한 해외 탄자니아 등 개발도상국의 경우 이미 30여 군데나 보급돼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 선은 인간이 자연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실생활에서 물의 사용과 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생태 화장실과 빗물저장 장치를 개발 및 보급하고 있으며 자연 정화가 가능한 천연비누도 제조하고 있다.

스페이스 선의 공간에는 사람과 자연, 그리고 동물들이 함께 동거동락하고 있다. 엄수정 대표는 지난 2010년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들이 살처분 돼 땅 속에 묻히는 광경을 보고 동물들에 대한 소중함과 미안함을 느끼게 됐단다. 그렇게 말, 황소, 양, 유기견 등 동물 10여 마리를 비롯해 사연이 있는 여러 동물들을 하나둘 데려오게 됐고 동물들이 모인 이곳을 '해원 동물농장'이라 이름을 지었다. 해원동물농장의 '해원'은 풀 해(解)와 원통할 원(怨)의 글자를 따 동물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곳이란 뜻이다. 동물들이 보다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꿈꾸며 스페이스선은 수익 일부를 동물 가족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엄수정 대표는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이 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빗물 저장장치와 생태 화장실을 비롯한 대안에너지를 체험하고 스페이스 선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재료로 밥도 지어 먹으면서 보다 자연과 가까워진다. 또 해원동물농장의 동물을 볼 수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있는 경험이다.

엄 대표는 "이곳에선 도시에서는 느껴볼 수 없었던 것들과 보이지 않았던 것들에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 자연에 대해 감사하게 되는 마음을 느끼게 된다"며 "농사로 직접 키운 농산물을 직접 먹는 등 자체가 살아가는 기본을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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