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순우 충주대림초 수석교사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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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자리배치로 모둠구성을 하고 짝쿵을 바꾸는 날이면 유독 아이들이 설레면서도 긴장을 하게 된다,

이를 지켜보는 교사로선 모두가 만족하는 자리배치와 내 맘에 쏙 드는 짝꿍을 만날 행운은 얼마나 될까? 하는 심정으로 이 날을 준비한다.

"오늘 교실 자리배치의 짝은 앉고 싶은 사람을 선택하는 겁니다. 선택을 받은 친구는 영광으로 알고 기쁘게 짝을 맞이하길…."

앉고 싶은 친구랑 짝꿍을 해 달라는 건의가 1학기 내내 있어서 모처럼 이 방식을 적용하였다.

제비뽑기로 먼저 순서가 정해진 친구가 짝꿍을 고르려고, 쭈욱 친구들을 둘러보는 얼굴표정을 살피다보면 너무나도 다양하고 재미있으며 고뇌 깊은 진지함마저 묻어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가 둘러보면 불리어지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며 앉아 버리거나 숨기도 하고, 아예 돌아서 버리는 친구도 있다.

호감이 가는 친구가 둘러 볼 때면 나를 당첨시켜 달라고 가슴을 두드리며 애간장을 태우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꽤 오래 신중하게 자리배치와 모둠구성이 끝나고 짝쿵까지 완성되어 새 기분으로 수업을 시작하려는 순간, 앞쪽의 지완이가 손을 번쩍 들더니 "은수가 나를 맘에 안 든다고 해서 너무 속상해요. 다시 자리 바꾸어 주세요." 라고 한다.

이 쯤 되면 아이들도 교사도 요즈음 말로 맨붕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이미 수업을 진행하기에 힘든 상황이다.

어찌해야 좋을까? 어찌 수습할까?

사랑하는 부모님들이 100% 다 마음에 드나요? 가끔 짜증나게 할 때도 있어요.

그럼 부모님들은 여러분이 모두 다 마음에 들까요? 게임만 하고 그럴 때 미울 때도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부모 자식도 이럴지언데 하물며 학교에서 가끔 앉게 되는 짝쿵이 어찌 다 마음에 들겠습니까? 비록 마음에 안 들고 불편하더라도 조금씩 참고 배려하며 맞춰 가는 걸 배우는 게 바로 학교에 오는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조금의 불편함도 참지 못한다면 혼자 살 수밖에 없습니다.

교실이 조금 숙연해 진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위기를 기회로 연결해 본다.

"내 짝꿍의 좋은 점이 무언가 가만히 들여다봐요, 대뜸 내가 싫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의 기분은 어떠할지 입장도 바꾸어 생각 해 봅시다 "

아이들은 어쩌면 어른의 거울일 수도 있다. 즉시 타협이 이뤄졌고 교실은 다시 평온해 졌다.

인간관계의 원칙은 상대방의 관심에 초점을 맞출 수 있어야 하는 게 기본이며 시작이라고 한다.

지식만이 아니라 삶과 연결지어 지혜까지 터득한 오늘의 이 학교생활이 맞출 수 있는 대인관계의 기본을 체험 했으리라 믿는다.

벌써부터 다음 자리배치가 걱정 된다. 모든 아이들의 욕구가 충족되는 좋은 방법을 오늘부터 다시 연구해 봐야겠다.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작은 것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기며 즐거운 학교생활이 되도록 실천하고 있는 게 교사라는 자리이다.

아이들을 존중해 주며 함께 만들고 지켜봐 주는 작은 과정들이 수업을 넘어 학교생활까지 즐겁게 해준다.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노력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에너지가 되어 세상이 웃음과 행복으로 채워 질 수 있다면 우리들은 아낌없이 다 내어 줄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협력하고 공존하며 보다 유연하게 살아가기 위해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 진정한 공부라는 걸 더 강조하며 남은 2학기 부족한 나의 그릇을 채워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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