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시비로 대학수학능력시험제 도입이후 처음으로 복수정답이 인정되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3-2004학년도 수능 출제·검토위원 가운데 30명이 자격 미달의 부적격자 였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충격적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번 수능 출제위원 가운데는 수능 응시생을 자녀로 둔 대학교수가 5명이나 있는가 하면 대학 전임강사 이상으로 설정된 자격기준에 미달하는 출제·검토위원이 12명이나 되고 13명은 고교교사 근무경력이 5년에 미달하는 부적격자라고 한다.
 더구나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출제·검토위원을 추천하는 영역별 주무 연구원들은 출제위원 인력풀을 구성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인맥이나 정보에 따라 이같은 위원들을 추천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런 식으로 수능을 관리하고도 뒷말이나 탈이 없기를 바랐는가.
 수능시험제가 도입된 이후 지난 10년간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해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어왔으나 2004학년도 수능의 경우처럼 시끄러웠던 적이 없었다.
 학원강사를 출제위원으로 선정했다는 지적이나 수능시험문제 중 일부 문항이 시중 문제집에 나온 것과 유사하다든가 출제위원 대다수가 특정대학 출신이라는 주장 등이 난무했다.
 그런데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면 2004학년도 수능은 충분히 이같은 지적이나 비판을 받을만 했다고 본다.
 실제로 출제위원 가운데 특정대학 출신이 과반수였고 고교교사 출신도 수도권 지역출신이 93%를 차지했다고 한다.
 수능시험을 출제·관리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출제·검토위원의 자격심사를 하는 추천심사위원회라는 것도 있기는 했으나 평가원 내부 임원들로 구성돼 회의조차 열리지 않았다니 말문이 막힌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수능시험제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이 시험은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사생결단의 시험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시험에 대한 국가관리가 이 모양이어서야 되겠는가. 우리 사회의 학벌지상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현행의 대입제도는 존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시스템만이라도 제대로 갖춰 시험의 공신력에 금이 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말썽이 나면 책임자가 그만두는 식은 곤란하다. 오래전부터 교육전문가들이 제안해온 문제은행이나 출제위원 인력풀제 운영, 출제관련 상설기구설치 등을 이번 기회에 본격적으로 논의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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