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7년 12월 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글로벌 무역인력 채용박람회에서 참석자들이 취업 정보 게시판을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7년 12월 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글로벌 무역인력 채용박람회에서 참석자들이 취업 정보 게시판을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부매일 사설] 한국경제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3040세대가 최악의 취업난에 봉착했다. 청년실업률이 고공비행을 하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가정을 이루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할 40대 가장들까지 실업자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면 빈곤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올 8월 고용동향은 '고용참사'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15∼29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만 명, 30대는 7만8천명, 40대는 15만8천명이 각각 감소했다. 특히 2015년 11월부터 34개월 연속 감소한 40대 취업자 감소 폭(-15만8천명)은 인구 감소 폭(-10만7천명)을 넘어 1991년 12월(-25만9천명) 이후 26년 8개월 만에 가장 컸다. 핵심연령대의 취업자가 줄면서 실업자는 113만 명으로 늘어나 고용지표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바닥으로 추락했다.

정부는 이 같은 심각한 고용부진의 원인을 인구감소 탓으로 돌렸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통계청 발표 뒤 분석 보도자료를 내고 제조업 고용부진, 서비스업 감소 전환과 함께 생산가능 인구 감소를 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인구감소의 영향으로 취업자 증가 폭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원인을 어뚱한 곳에서 찾으니 해법이 나올리 없다.

현 고용시장은 추세적으로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15세 이상 인구 규모를 고려한 취업자의 상대적 규모도 감소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일자리 정책의 실패를 반성하기는 커 녕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전문가들은 정부의 분석과 전혀 다르다. 우선 경기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경직적 시행이 비용 충격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경영난에 문 닫고 있는 중소기업이 속출하고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에 종업원을 내보내고 홀로 또는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우리 경제 체력이 고용을 흡수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을 그대로 둔 채 막대한 정부 재정을 투입해 고용을 늘린다고 해서 취업난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청년층과 30~40대 취업자 수가 모두 감소했다는 것은 고용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정책수정을 하지 않고서는 고용악화를 타개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인식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어제 "고용부진의 요인으로 최저임금을 지목하고 속도 조절 방안을 들여다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10.9%)은 '불가역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주위 환경이 변했어도 경제정책을 개선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정부가 이런 식이라면 지난 1년간 54조원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취업증가율이 뒷걸음친 것처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천문학적인 예산낭비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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