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다양성보전협회

가을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
가을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열린세상 박현수] 언제 폭염이 있었는지 이제 아침에는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계절입니다. 기후변화의 고난의 시간은 이제 잠시 벗어났습니다. 매일 삶을 이어가는 생명들은 추운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치열하지만 짧은 평온한 가을을 맡이 했습니다.

생태계에서 약육강식이라는 단어는 매번 깊게 생각해야 하는 단어입니다. 약자들은 경쟁에서 밀리고 도태된다는 배움은 우리가 지금도 자연의 법칙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단편적인 법칙으로 수많은 다양성으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반영할 순 없습니다. 약육강식, 도태라는 단어는 어쩌면 강자가 더 착취하기 위한 명분으로 사용해왔을 수 있다고 여겨지게 됩니다.

가을은 겨울 준비를 위해 풍요롭게 제공되는 환경입니다. 이 환경 속에서도 경쟁을 통한 아니면 먹이사슬에 관련해 약자와 강자가 등장하게 됩니다. 쥐와 매 중에 강자는 매입니다. 하지만 개체수를 보면 상황을 달라집니다. 매의 숫자는 점점 줄어서 멸종위기종에 지정되어 보호되지만 쥐는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살아갑니다. 크게 보면 자신의 유전자를 보전해서 대대로 생을 이어가는 것으로 따지면 쥐가 더 강자일 수 있습니다.

또 풀 중에 가장 생명이 질긴 부분은 바로 잡초입니다. 하지만 잡초는 환경이 척박한 곳에서 잘 자라는 것이지 실제 숲이나 토양이 비옥한 곳에 다른 종인 풀과 나무에 경쟁에선 밀리게 됩니다. 환경에 강한 것이지 다른 식물에 비해 강자는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무와 풀을 보면서 오래 사는 나무가 더 강자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무는 환경적 교란에 적응 속도가 느린 반면에 풀들은 자신들의 돌연변이를 다양하게 만들어서 변화에 대비해 살아갑니다. 어떻게 보면 발에 밟히는 풀들이 생명을 이어가는 힘이 더 강하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엔 약자들은 어떻게 생명을 이어왔을지 궁금해집니다. 약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보호해 왔습니다. 바로 협동이라는 무리 짓기를 통해서입니다. 정어리가 수만 마리가 뭉쳐 다니는 것도 천적에게 몇 마리가 희생을 하더라도 많은 생명들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초원의 초식동물인 기린, 얼룩말, 가젤 등은 종과 상관없이 뭉쳐 다니기도 하는데 천적을 공동 경계 하기 위한 협동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몸의 색을 주변 환경과 맞추는 보호색, 자신의 신체중 일부를 과대하게 만들거나 강자를 흉내 내는 속임수, 주변 환경과 형태를 똑같이 바꾸는 의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합니다. 다양한 행동으로도 자신을 보호하는데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나비입니다. 나비는 나풀나풀 날아다니는데 방향을 예측할 수 없도록 산만하게 날갯짓을 해서 날아갑니다. 천적인 새가 나비를 사냥할 때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 실패하기도 하는데 나비는 이런 나는 법을 통해 자신을 보호합니다.

다른 종에만 약자와 강자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같은 종에서도 약자와 강자가 존재합니다. 같은 종속에서 약자는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대부분이 동물들은 서열이 존재하게 되는데 약자는 낮은 순위를 차지하면서 경쟁을 피하며 무리에 속해서 삶을 이어갑니다. 우두머리인 강자는 2인자의 도전과 무리를 지켜야 하는 중압감이 있지만 서열이 낮은 약자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서열의 우두머리는 종을 이어가는 번식을 독식하게 됩니다. 그러면 대부분 자손들이 큰 수컷의 유전자를 받은 자손들이 가득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무리에 약자들의 자손은 계속 남아 있습니다. 바로 몰래 번식을 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개구리 종류는 울음소리가 큰 수컷을 찾아오는 암컷을 울음을 못 우는 작은 수컷이 몰래 낚아채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또 작은 수컷들은 자신과 몸 크기 비슷한 암컷 사이에 숨어있다가 우두머리 몰래 번식을 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약자라고 하는 실제 강자들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 또 계속 자손을 남기며 생태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태계에서 약자는 없습니다. 지금 살아남아 있는 생명이 강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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