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정미 충남 금산주재 차장

칠백의총. 청주성 탈환의 주인공이면서 왜군과 싸우다 순절한 의병장 조헌 선생과 의승장 영규대사, 이들이 이끄는 700여명의 의병 유해를 거둬 만든 무덤이다. / 김정미
칠백의총. 청주성 탈환의 주인공이면서 왜군과 싸우다 순절한 의병장 조헌 선생과 의승장 영규대사, 이들이 이끄는 700여명의 의병 유해를 거둬 만든 무덤이다. / 김정미

[중부매일 기자수첩 김정미] 충남 금산에 위치한 칠백의총 금송이 다시 한번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23일 칠백의사 순의 제426주년 제향행사를 앞두고 문화재청의 금송 이전 시기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다음주 월요일인 9월 17일 현충사 금송을 이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칠백의총 금송은 내년 10월은 돼야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기적으로 한달여의 차이일 뿐이지만 매해 9월 23일 칠백의사 순의 제향행사가 열리는 상황이어서 이전 시기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현충사와 같은 시기면 제향행사 이전이 되지만, 10월이면 내년 제향행사에서도 금송이 있는 상태에서 제사를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송 이전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나무가 일본의 천황을 상징하고 있어서다. 고야마키라고 불리는 금송은 일본 특산종이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관료가 현재 청와대에 심으며 국내에 들어왔다고 알려졌다. 현충사 금송은 1966년, 칠백의총 금송은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 앞에 있던 것을 각각 옮겨심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유적지 내 금송을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의 행간에는 '일왕(日王) 상징' 금송도 못마땅하지만, 기념 식수를 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불편함도 자리하고 있다. 친일행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전직 대통령이, 그것도 일왕을 상징하는 나무를 왜군과 싸우다 순절한 의병들의 위패를 모신 곳에 식재한 것을 청산해야 할 적폐로 보는 시각도 많다.

김정미 사회·경제부 차장.<br>
김정미 충남 금산주재 차장.

하지만 지역의 정서도 그럴 것이라는 판단은 오판이다. 박 전 대통령이 금송을 심었다는 사실보다 칠백의총을 성역화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제426주년 제향행사를 지내는 동안 행사장을 찾은 역대 대통령이 이곳을 성역화한 박정희 전 대통령 뿐이었다'는 주민들의 지적은 울림이 컸다. 적폐는 청산하는 것이 맞지만, 그에 못지 않게 더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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