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정치인
'꽃할배'정치인
  • 박상준 기자
  • 승인 2018.09.16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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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장·여야 5당 대표 등 9명을 평양정상회담 초청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장·여야 5당 대표 등 9명을 평양정상회담 초청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중부매일 메아리 박상준]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칭에 민감하다. 머리에 서리가 앉았어도 '오빠'나 '언니'라고 해주면 표정이 밝아 지지만 '아저씨', '아줌마'라고 부르면 대체로 안색이 변한다. 성격이 칼칼한 사람들은 존칭을 해줘도 버럭한다. 백화점에서 여직원이 50대 고객에게 '아버님'이라고 했다가 '난 당신같은 딸을 둔적이 없다'고 흥분하는 사람도 봤다. 직장의 직위와 전혀 다른 호칭을 들었으니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식당에서도 아줌마 대신 '이모' '언니'로 불러야 대우받는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도 예민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막상 부르려면 호칭이 마땅치 않다. '젊은이'의 상대적 개념인 '늙은이'라고 했다가는 뺨을 맞을 수 있고 '노인'이라는 호칭은 아예 꺼낼 수도 없다. 그래서 '어르신'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 '어르신'도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적절하나 나이든 집단을 부르는 호칭으로는 맞지 않다.

서양에서는 노인대신 하얗게 센 머리가 멋지게 보인다는 뜻에서 '실버(silver)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이 드는것은 경험이 무르익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와인(wine)' 세대라고 부르자는 제안도 있다. 최근엔 '꽃중년'과 비슷한 '꽃할배'라는 말도 쓰인다. 몇년전 평균나이 75세 노인들의 좌충우돌 유럽여행기가 인기를 끌었던 tvn의 '꽃보다 할배'(꽃할배)에서 비롯됐다. 70~80대 배우들이 세련되고 깔끔한 옷차림으로 파리와 스트라스부르그의 번화가를 성큼성큼 걷는 것을 보면 '고령'을 실감할 수 없다. 이들이 연예인이라서 젊어 보이는 것이 아니다. 남들은 경노당에 다닐 나이에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꽃할배'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부활했다.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임종석(53)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올렸다. 여야 대표들에게 평양행 동행을 청한 것이다. 하지만 보기좋게 거절당한 것은 물론 야당으로 부터 '오만방자'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 때문에 최근 이낙연국무총리가 '꽃할배'에 대한 야당의원의 질문에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금 정치권은 사실 '할배'가 주도하고 있다. 이해찬(66)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65)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71)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66) 민주평화당 대표등 6070세대가 여야정당의 얼굴이다. '할배들의 귀환'이 정치발전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이들도 꽃할배라는 호칭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나는 할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임 실장은 좋은뜻으로 '꽃할배'라는 표현을 썼는지는 몰라도 듣는사람의 마음을 살피지 못했다. 아니면 상대적으로 젊은 자신을 은근히 드러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배려와 존중이 없으면 적절한 호칭이 나올 수 없다. 노처녀에게 "아가씨 같아요" 했다가는 레이저눈빛을 피할 수 없다. '꽃할배'라는 호칭은 늘 일방통행식인 청와대의 불통을 상징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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