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평양정상회담 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평양정상회담 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부매일 사설] 올 들어 한국경제를 표현하는 가장 상징적인 단어가 '쇼크'와 '참사'다. 세계경제 개선과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물론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제는 더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한국경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곳이 있다. 문재인 정부다. 정부는 올 내내 우리 경제가 회복세라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달 들어 경기가 정점을 지나 하락할 위험을 지적했지만, 정부는 10개월째 회복세라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고용참사'라는 말이 흔하게 쓰일 만큼 일자리정책에 실패하고 국내기업의 해외탈출과 산업공동화현상, 그리고 미·중 무역전쟁의 심화로 향후 한국경제가 불투명하지만 정부만 고집스레 낙관적인 판단을 이어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소비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작년 12월 이후 비슷한 전망이다. 반면 KDI는 지난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경기개선 추세'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경기가 빠르게 하락할 위험은 크지 않다고 언급하며 경기 하락을 시사했다. 물론 정부의 시각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수출과 소비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8월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8.7% 증가한 512억 달러로 역대 8월 기준으로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7월 소비는 내구재 화장품 등 비내구재, 의복 등 준내구재,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가 모두 늘어 전월보다 0.5% 증가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청와대는 향후 경기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하방리스크요인 때문이다. 통상갈등과 신흥국 불안, 미국의 9월말 금리인상 이후 상황 등이 불안하다. 8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 폭이 7개월 연속 10만 명 전후에 그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열악한 모습을 보였다. 실업자는 113만3천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13만4천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1년 전보다 상승해 0.4%포인트 오른 4%로 치솟았다. 청년들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30대와 40대도 구직행렬에 나서야 할 만큼 고용시장이 어둡다. '일자리정부의 일자리참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고용지표 악화의 원인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우리정부의 3개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반드시 함께 추진해야할 종합세트"라고 강조한바 있다.청와대의 이런 인식 때문에 중소기업인들과 자영업자, 청장년 실업자들이 아무리 아우성쳐도 '한국경제는 회복세'라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원로경제학자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귀족노조의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펼치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체감경기는 바닥을 치고 실업자는 급증하는데 정부가 늘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면 경제회복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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