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천안 연수원이나 당사 등에 대한 매각대금을 국가에 헌납할 경우 불법 대선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전면 수사를 재고할 수 있다는 말이 수사 책임자로부터 흘러 나오고 있다.
 이른바 ‘출구조사’와 당 재산 국가 헌납을 맞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책임자도 “내 입으로 얘기하기는 곤란하다”면서 수사팀에게 국가 환수가 가능한지 검토해 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는데 그도 말했듯이 ‘빅 딜’은 곤란하다.
 불법정치자금 수사와 정치권의 태도는 별개 사안이다. 수사는수사대로 엄정하게 해야 하고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사법처리 감수와 아울러 사죄의구체적인 표시를 내놓아야 한다.
 불법 대선자금의 사용처 수사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지난한 숙제가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된다.
 각 당의 모든 지구당에다 직능단체 외곽단체까지 포함해 500곳이 넘는 사용처를 뒤진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검찰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수사가 어려우니 덮어둘 수 밖에 없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기라도 한 뒤에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이지 하기도 전에 빅딜 검토 운운해서는 안 된다.
 수사 대상 기준을 1억원이상으로 하겠다는 방침도 잘 납득되지 않는다. 1억원 이상은 수사에 들어가고 그 미만은 그냥 놔 두겠다는 기준이 대체 무엇을 근거로 했는지 알 수 없다.
 어렵더라도 철저히 파헤쳐 엄정하게 사법 처리를 하는 게 정도이다. 정도에서 벗어난 쉬운 길을 택했다가는 반드시 어디선가 동티가 나게 마련이다.
 당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정치권 발상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도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끌어다가 흥청망청 써 놓고는 이제 와서 되돌려 주면 그만 아니냐고 하는 데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더욱이 연수원과 당사가 매각될지 안 될지도 모르고 매각대금이 불법정치자금 액수나 채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매각 후 환수 방침은 지금 상태로는 어디까지나 립 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고서는 할 일 다했다는 듯 당당하게 고개를 쳐드는 모습은 부끄러움도 모르는 몰염치한 행위이다. 다른 쪽 당에서는 그마저도 없다. 분당이라는 사정변경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불법정치자금의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검찰의 홀로서기는 일각의 의구심도 없지 않지만 커다란 위안거리이자 희소식이었다.
 수사상 어려움 때문에 스스로 입지를 좁혀서는 검찰의 독립은 요원할 뿐이다.
 정치권도 자진해서 불법자금의 사용처를 공개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면서 ‘석고대죄’ 하는 것이 옳은 태도이다. 법적 처리와 사죄표시도 구분 못하면서 ‘법대로’만 외쳐서는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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