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숙원이던 ‘직지상’을 제정했다. 유네스코는 지난 28일 제 169차 집행위원회를 열고 세계 기록유산 분야의 첫 시상제도로 ‘직지상’을 제정했다.
 이에따라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분인 직지는 ‘세계 기록유산의 노벨상’으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청주시와 시민도 ‘직지의 후손’이라는 세계사적 긍지와 자부심을 맘껏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번 ‘직지상’ 제정으로 세계 인쇄문화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공헌을 한 국내외 인물은 공식 시상과 함께 상금 3만달러를 받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상금 규모와 권위 외에 직지상이 제정된 의미를 더욱 주목하고자 한다.
 그 의미의 첫째는 대(對) 구텐베르크 콤플렉스를 벗어났다는 점이고, 둘째는 중국 점토활자에 판정승을 거뒀다는 점이다
 지금껏 서양인들은 우리의 기대나 자부심과 달리 직지를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인정하는데 매우 인색한 태도를 지녀왔다.
 가까운 예로 세계 유수의 언론인 타임지는 지난 밀레니엄 때 ‘지난 2000년의 인류 최고의 업적’을 선정하면서 그 1위를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로 선정한 바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직지나 구텐베르크 모두 금속활자 효용과 필요성을 꿰뚫어 봤고, 이를 동시대에 실천했다.
 그러나 구텐베르크는 다중이용과 상업성을 추구한 반면, 직지는 ‘지배층’의 정보수단으로만 이용되면서 대중화를 완전히 실현하지는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서양 알파벳은 자모음의 표음문자이고, 고려시대 한자는 표의문자라는 문자적 배경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 직지상 제정의 청주 흥덕사지의 직지는 대 구텐베르크 콤플렉스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중국 또한 자국의 점토문화 역사를 앞세워 직지 정신과 세계 최고성을 끊임없이 흔들고 폄하해 왔다. 그들은 자국민이 만든 점토활자가 금속활자 정신의 원류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유네스코의 직지상 제정으로 중국측의 이런 주장은 ‘대륙 민족주의’ 안에서만 가능하게 됐다. 분명히 청주 직지는 이번 유네스코의 직지상 제정으로 세계 커뮤니케인션 문화의 원형질로 자리매김을 하고 대우를 받게 됐다.
 그러나 직지상이 그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당장 수상금 재원 마련이 쉽지 않고, 또 이를 인프라로 뒷받침하는 ‘직지특구’ 조성이 만만치 않게 가로 놓여있다.
 청주시는 직지상 재원과 직지특구를 조성하는데 총 1천500억원의 예산이 수반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는 기초단체로서는 매우 버거운 일이다. 정부가 국가사업 시각서 발벗고 나서 지원하지 않으면 도저히 실현될 수 없다.
 또 이왕 직지상이 제정된 만큼 현재 이원적으로 치뤄지고 있는 ‘직지의 날’가 ‘청주시민의 날’ 행사를 통합하는 문제는 적극 검토해야 한다. 행사의 초점이 양쪽으로 나워지다 보니, 시민들의 관심도 한곳으로 집중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번 직지상 제정과 관련해 지역언론은 말 그대로 대대적인 보도를 했다. 그러나 중앙언론은 2~3곳을 제외하고는 아예 보도를 하지 않았다.
 직지가 진정한 세계 기록유산의 노벨상이 되기 위해서는 홍보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청주에서만 ‘공론’(公論)하지 말고 중앙과 세계로 나가 공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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