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에 대한 세계의 비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우리 정치권에서 추가파병 재검토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이라크내 정정이 더 불안해지는 상태에서 17대 국회에 제3당으로 입성하는 민주노동당이 파병 철회추진을 공식화했고 과반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도 파병 재검토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16대 국회에서 정부의 추가파병을 적극 지원한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파병 재검토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파병과 관련한 나라 안팎의 사정이 크게 변하고 있다.
 우선 미군의 이라크인 포로 학대 고문사건에 대한 유감을 거듭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개전 명분으로 삼았던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대량파괴무기 은닉 주장에 대한 증거는 부시 대통령의 종전 선언 1년이 지난 현재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침략전쟁으로 굳어지는 이라크전은 이번에 폭발한 포로학대 사건으로 더욱 명분을 잃었다.
 상당수 남녀 미군이 이라크 포로들을 상대로 저지른 추악한 성학대 사진들을 보고 증언들을 듣다 보면 ‘아름다운 나라’ 미국의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이 이라크인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전개했다는 전쟁의 결과는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처우를 금지한 제네바 협약 등 국제법을 어긴 혐의가 오히려 더짙어졌다. 명분없는 전쟁에 우리가 더 이상 개입해야 될 지 숙고할 때다.
 추가 파병지로 내정된 쿠르드 자치지구에서 이라크내 아랍족과의 갈등 재발 조짐도 큰 문제다.
 지난주 발생한 쿠르드 애국연합 지부 건물 폭발사건이 단적인 사례다. 현지에서는 포로 학대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책 변경이 필요없다고 한 쿠르드 지도자의 ‘망언’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짙다고 한다.
 과격 시아파 지도자 알-사드르까지 “쿠르드 지도자들은 미국의 꼭두각시, 이라크 국민의 반역자”라고 선동해 반목이 심하다는 소식이다.
 종족 갈등은 6월말로 예정된 주권이양 이후 본격화되리라는 전망도 나왔다. 종족 분쟁 가능성이 뻔한 지역에 우리가 실제 파병할 경우 과연 ‘평화 재건활동’이 가능할 지 대단히 의문스럽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정부측은 아직도 파병 원칙은 불변이라고 한다.
 하지만이 문제는 이제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해졌다.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추가 파병을 서둘러 강행할 명분을 찾을 수 있는가. 쿠르드 자치정부에서 의례적인 파병 초청장이 오더라도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최종 결정을 유보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과 정부, 시민단체 등 여러 차원의 자유토론을 거친뒤 곧 개원하는 17대 국회에서 본격 재론해 방향을 잡아야 마땅하다.
 새 국회에 초선의원이 대거 진입하고 여대 야소로 정치지형이 반전되는 상황도 이 문제를 재론할만한 중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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