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정연정 충북연구원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됐다. 2018.07.14. / 뉴시스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됐다. 2018.07.14. / 뉴시스

[중부매일 경제칼럼 정연정] 최근 들어 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소득주도성장론은 가계소득 증대를 소비와 투자 증대로 연계시켜 경제성장의 선순환구조를 이루려는 경제이론이다. 이는 임금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기업의 이윤규모를 늘리고, 늘어난 이윤을 다시 투자함으로써 고용증대 및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기존의 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론과는 크게 대비되는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이론이나 경제성장을 통한 고용 및 임금증대가 최종 목적이라 할 수 있으나 출발점에 접근하는 방식을 보면 전자는 임금증대(또는 가처분소득 증가), 후자는 낮은 임금수준이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조사국의 조너선 오스트리박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 상황을 수요가 부족한 시대로 보고,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소득재분배, 임금증대를 통한 수요정책이 필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이는 1988년 외환위기에 빠진 한국정부에 예산삭감을 통한 고강도 긴축정책, 각종 규제완화를 통한 자본시장개방 및 구조조정 등을 요구하던 정책방향의 극적인 변화를 뜻한다. 그는 2014년 4월 '재분배와 불평등, 성장'이라는 보고서에서 임금을 소비의 원천으로 보고 고소득층에 집중된 소득을 저소득층으로 분배함으로써 수요 진작이 이루어 진다고 보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정부가 최저임금인상과 같은 임금상승정책을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4년 12월, '소득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끼치는 영향'에서 '소득불평등 해소가 경제성장률 증대에 기여할 것이며,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나라일수록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면서 소득불평등이 단일변수로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경제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최근 들어, 저성장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소득 증가율을 가계소득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비해 소득증대에 따른 투자 및 소비증가율 은 낮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가계소득증대의 문제는 기업과 가계의 몫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 가계 내부의 고소득층과 중산층 및 저소득계층간의 격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생산주체인 기업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우대정책을 실시하여 기업이윤이 증가하였더라도, 기업의 투자여건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아 재투자를 통한 고용의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또는 높아진 임금에 따른 부담으로 인력을 대체할 자동화 설비에 투자를 늘린다면 일자리나누기를 통한 경제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직접적으로 임금을 통한 소득증대로는 나타날 수 있으나 그것이 소비로 이어져 총생산 증대를 통한 경제성장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 더욱이 임금인상의 부담을 덜기 위해 오히려 고용을 줄이고 대안으로 자동화 등을 통한 자본장비비율을 늘이게 된다면 전체적인 고용규모는 현저하게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렇듯 현실경제에서 경제변수의 상호작용은 너무도 복잡하게 얽히고 얽혀서 시현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만일 특정한 변수가 유일한 해답인 양 믿고 정책대안을 내세운다면 그 결과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게 될 것이다.

정연정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정연정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논쟁이 가능한 것은 어느 한쪽의 논리가 반대쪽 논리에 대해 이론적, 현실적으로 명확하게 우월적인 상황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빵의 크기를 크게 하는 것이 사회과학으로서 경제학의 중요한 본질중 하나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는 경제학도들에게는 자본주의 생산의 주체인 기업의 투자여건을 개선하여 경제성장에 이르게 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정책제안으로 여겨지는 것이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 논쟁에 대한 자연스런 귀결이 될런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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