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상희 부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8.24. / 뉴시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상희 부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8.24. / 뉴시스

[중부매일 사설] 충남 홍성출신으로 건축자재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김명환 덕신하우징 회장이 최근 직원들에게 거액의 출상장려금 지원을 약속해 주목받고 있다. 기업체도 초저출산 대책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단이다. 이 회사는 첫째 아이 500만원, 둘째 1천만원, 셋째 2천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생산 장려금을 지원키로 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전쟁 때도 아기가 많이 태어났는데 현재 출산율이 1명 도 되지 않는다는 건 전쟁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라며 "지금까지 어린이들 미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해왔지만 아이들 자체가 부족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내 주위에서 부터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기업인도 저출산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는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속담은 역대 정부의 저출산 정책을 함축한다. 지난 12년간 13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해마다 낮아졌다.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저출산을 명분으로 엉뚱한 곳에 예산을 쓰는 사례가 흔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저출산 대책이 이런 식이니 한국을 '집단적 자살사회(collective suicide society)'라고 표현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의 따끔한 지적이 회자(膾炙)되는 것이다.

집단적 자살사회는 한국이 여성들의 출산회피로 고령화 급격히 진행되고, 이것이 성장률과 생산성 저하, 재정 여건 악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든 상황을 비유한 날카롭고 정확한 지적이다. 한국의 출산율이 OECD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바닥수준이라는 것은 외국 전문가들도 다 안다. 지난해 추정치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220위였다. 한국의 출산율은 미국(1.87명), 북한(1.96명)은 물론 인구 1억 명 사수를 위해 정부 부처까지 많든 일본(1.41명)보다도 낮다. 올해는 0.96명까지 하락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인구감소 추세로 전환된다.

하지만 역대 정부의 저출산대책은 기가 막힐 정도다.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126조 5천억원을 투입했지만 정작 저출산 해결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예산은 63조에 불과했다고 한다. 특히 지자체별 저출산 예산을 보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충북은 이주 외국인여성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사업도 포함시켰으며 충남은 이·통장 자녀장학금, 비정규직 지원강화, 성인 문해교육 지원사업도 저출산 명목으로 예산을 썼다. 부산시는 이 예산으로 직원들 건강검진비도 지원했다. 나랏돈이라고 실적 맞추기 위해 현금 뿌리듯이 마구잡이로 쓴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고도 출산율이 높아진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국가현안에 대해 지자체는 기업인 마인드에도 못 미친다. 김 회장은 "미래의 소비자가 유지돼야 기업도 유지되는 것인 만큼 기업이 출산율 문제를 공동문제로 생각하고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옳은 지적이다. 지역주민이 없으면 지자체 역시 유지될 수 없지만 지자체는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 지자체 스스로 초저출산 문제를 깨우치지 못한다면 차라리 기업인이게 배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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