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1개 여단을 이라크로 곧 이전시켜 재배치하는 것을 계기로 주한미군의 감축문제가 공식 비공식 채널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특히 이 문제의 주도권을 쥔 미 국방부의 폴 울포위츠 부장관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증강 필요성에 따른 주한미군의 일시 차출이 결국 감축으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해 주목된다. 우리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도 전세계 미군의 재배치와 관련해 주한미군의 조정문제가 논의중임을 확인하고 있다.
 이제 주한미군 감축론은 기정사실이 됐다고 봐야 한다. 감군 시기와 방법, 수준과 함께 이후 중장기적인 한반도 안전보장과 평화 문제를 미리 집중 검토해나가야 할 때다.
 울포위츠 부장관은 미상원 청문회에서 “전세계 미군의 구조조정 논의 과정에서 이미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부대를 후방 배치키로 하는 대신 100억달러 이상을 들여 전력 증강사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의 재배치 과정에서 병력은 줄이되 화력은 늘리는 방향을 거듭 시사하는 셈이다. 한국군이 병력 중심에서 과학기술군으로 정예화를 추진하는 맥락과도 일치한다.
 한미 연합군의 구조조정을 통한 전력조정 수준은 북한군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북한 군사력이 불투명한 핵전력을 제외하면 지난 60년대 수준이기 때문에 더 작은 규모의 주한미군 화력으로도 압도할 수 있다고 보도된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의 언급을 참고해도 될 것이다. 그는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은 미군 감축을 위해 좋은 기회”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미군은 한국전 이후 남한에서 1954년 2개 사단을 철수한데 이어 1971년 2만명, 1978년 3천명, 1992년 7천명을 감축한 결과 현재 3만7천명이 주둔하고 있다. 곧 차출될 병력 3천여명 이외에 언제 어떤 규모의 감축이 논의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 한반도에서 전쟁 억제를 위한 한미 연합전력은 일단 유지돼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것은 국군의 능력과 자신감이다. 주한미군 1개여단의 이라크 차출에 대해 우리 외교안보팀은 그정도는 예비전력이어서 한미간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그래도 정부는 불안을 느낀다는 일부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대책과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시종일관 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북한도 현시점에서 한미간 미군 감축 논의에 상응하는 조치를 자발적으로 취해나갈 필요가 있다.
 남북간 경제협력 증가 추세에 걸맞게 군사분야의 상호 신뢰구축 문제를 진전시켜야 한다. 더구나 북한은 취약한 경제력에 비해 과도한 군사비 부담으로 민생문제에서 수년간 고전하는 상황이 아닌가.
 군사부문의 신뢰구축을 위한 군비통제와 함께 남북한군과 주한미군의 상호 감축을 통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때다. 우선 26일로 예정된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꽃게잡이철 서해상 긴장 해소를 위해 진일보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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