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부동산을 미등기 전매하거나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매매하는 불법적인 부동산 거래에 대해 일괄하여 계좌추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실명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지금은 국세청이 불법적인 부동산 거래 혐의를 포착하더라도 금융기관 점포단위로 제한적인 계좌 조회밖에 할 수 없어 투기자금의 흐름을 완벽하게 포착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조회대상을 모든 금융거래로 확대할 수 있어 투기 혐의자의 금융자산이 세무당국에 완전히 노출돼 투기자금의 흐름이 쉽게 드러나게 된다. 더구나 일괄 계좌추적을 하는과정에서 상속.증여 등 다른 분야의 세금 탈루도 노출되는 등 부수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거액을 동원해 무차별적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다음 거품을조장해 차익을 챙기는 전문 투기꾼들의 작전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투기는 비록 전문 투기꾼들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품형성은 이들이 주도하는 만큼 이 조치로 우리 경제의 암적 존재인 부동산 투기를 사전 차단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우리는 시행령 개정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법원의 영장없이 국세청이 자의적으로 계좌추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만큼 금융거래의 비밀 보장이라는 실명법의 근간을 무너뜨리는것은 물론 금융거래의 안정성을 해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 부동산 투기 근절이 중요한 사항이지만 금융거래 비밀보장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자칫하면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음성화하여 금융실명제 근간을 뒤흔드는 등더 큰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물론 이 개정안에도 계좌추적 요구시 반드시 국세청장 명의로만 할 수 있도록하고 금융기관 본점을 통해서만 일괄조회가 가능하도록 제한하는 남용 방지조항이들어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정적 탄압등 다른 목적으로 이 계좌추적권이 남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확실한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계좌추적에 앞서 당사자에게 불법거래 혐의사실을 사전 고지하고소명을 듣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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