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전의원이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민련을 탈당했다. 그에게 있어 자민련은 정치적 고향이자 활동의 주무대였다.
 그러나 그는 지난 총선으로 자민련의 역사적 소임이 다 끝났다고 판단, 이농하는 농부의 심정으로 자민련을 탈당했다. 그의 이런 심정은 회견문에 잘 드러나고 있다.
 그는 도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회견문을 통해 “자민련을 떠나는 것은 당에 대한 불만도 아니고 새 정당을 선택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며 “당분간 부족한 능력을 재충전할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자민련은 지난 95년 창당이후 충청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으나 이제 그 역사적인 소임 끝났다고 판단한다”며 “국민 또한 새시대를 맞아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당을 원하고 있음을 이번 총선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 말미에 “자신은 끝까지 자민련을 지켰으나 도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충북을 떠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통상적인 잣대로 보면 탈당이나 당적 변경은 ‘정치적인 변절’을 의미한다. 이는 ‘철새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내곤 한다.
 그러나 지금 정우택 전의원의 탈당을 정치적 변절로 보는 도민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여기에 도내 ‘정치 후학들’이 가야 할 길이 들어있다고 본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버린 지역구민에 대한 섭섭, 배신감 등 할 말이 무척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말을 아꼈다. 다만 “자신은 끝까지 자민련을 지키다 산화했고, 또 충북을 결코 떠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지난 제 17대 총선의 당ㆍ낙선자는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어떤 정치인은 변절을 해 당선됐고, 또 어떤 정치인은 변절을 하고도 낙선했다. 이밖에 상당수의 정치 신인들은 탄핵풍과 신행정수도를 등에 업고 당선됐고, 또 어떤 정치인은 지조를 지키다 낙선을 했다.
 정 전 의원의 경우는 ‘지조를 지키다 낙선한 정치인’에 해당되고 있다. 탈당할 기회가 여러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중심이라는 ‘忠’ 자를 끝까지 지켰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말하는 표심이 결코 ‘거창한 것’에서 나오지 않았음을 목격해 왔다.
 선거후 결산을 해보면 ‘작은 감동’에서 나왔다. 현재 도민들 사이에는 이춘구, 이종근 전의원을 ‘좋게 말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바로 지조라는 이름이 도민 가슴에 ‘작은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지금 도민들은 정 전 의원이 ‘무너져가는 집’ 자민련을 끝까지 지킨 점을 ‘작은 감동’으로 느끼고 있다. 이는 정 의원에게 있어 훗날의 정치적 자양분이 돼 되돌아 올 것이다.
 다만 그에게 고언을 하자면 ‘광장으로 나왔던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지난 두번의 대선과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것은 바로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뜻보면 단순한 인터넷 동호인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 보면 ‘최강의 논리’만이 살아남아 여론이라는 배를 띄우고 있다. 그것은 멀리는 6.10 항쟁, 가까이는 2002년 월드컵에서 생긴 문화현상이다. 모두 광장을 문화적 배후지로 갖고 있다.
 정 전 의원도 이 ‘광장’ 쪽으로 노를 저어야 지금의 작은 감동을 ‘더 큰 감동’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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