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보는 검은 마술 멜랑콜리'주제

권오상 作 'the void'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보는 것에 대한 철학적 문제를 꾸준히 다루고 있는 권오상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21일까지 '진리를 보는 검은 마술 멜랑콜리'라는 주제로 스페이스몸미술관 제2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고전적 이미지 차용과 엄숙한 종교적 색채로 오래된 '명화'처럼 보이나 사실은 매우 정밀한 디지털 회화를 선보인다. 총 9점의 작품에서 고전적 상징과 미래의 이미지 차이에서 오는 거리감이 뒤섞여 판타지로 느껴지는 작품은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어쩌면 권 작가는 현실에서 미세한 선택과 충돌의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 약과 파란 약을 관람객의 양손에 쥐어주고 '사실'이나 '거짓'의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도 멜랑콜리한 현실을 바라보게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권 작가의 작품들은 사실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층위의 간격을 미세하게 분절하며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사유를 표현하는 전시는 관람객에게 '익숙'하지만 '낯선' 이상한 나라로 떨어지게 해 새로운 감각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권 작가는 서양 철학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각적으로 '보는 방식'에 의해 인식과 사유가 지배돼 왔다고. 그는 데카르트 이후 철학과 예술은 '시각중심주의'가 더욱 강화됐고 그 결과 원근법은 더욱 공고해졌다고 말한다. 이 르네상스 시대의 원근법과 주체의 합리성이라는 테카르트적 철학이 결합돼 '데카르트적 원근법주의'가 근대 시각 체계를 지배했다는 것이다. 이 데카르트적 원근법은 신체기관으로서의 눈이 감각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와 눈이 분리된 시각으로 주체와 대상을 분리시켜 주체를 초월적인 것으로, 대상을 고정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 권 작가의 설명이다.

권 작가는 인간이 눈으로 어떤 대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빛이 들어가 시신경의 작용으로만 환원될 수 없는 문화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눈으로 '본다'라는 지각경험에 시각의 투명성이 더해져 인식하는 주체의 우위성이 인정돼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눈이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행위를 지각하는 주체는 하나의 고정된 소실점으로 대상들을 수치화하는 원근법에 객관성과 합리성의 근거를 둔다. 그러나 주체가 눈으로 대상을 '바라보는to see' 지각행위와 관련 없는 '보여지는to be seen' 응시가 있다. 이러한 응시는 전통적인 지각방식 너머에서 주체와는 다른 무의식의 차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인식을 근본으로 주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권 작가는 이것은 시각적 주체와 더불어 시각적 상호작용의 한 축을 이루는 시각적 대상은 재현된 세계이며 인간은 세계를 직접 보지 못하고 재현된 현상을 통해서만 지각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주체는 시각의 장에서 눈과 응시 사이에서 분열한다는 것이다. 결국 주체는 실재계 밑바닥에 존재하는 '공백'으로서의 진리와 만나게 된다.

권 작가는 "알랭 바디우는 이것을 '진리 사건'이라고 부르고 그는 진리를 모더니즘에서 고정불변의 궁극적인 존재로 가정하고 그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질서 있게 속성들을 배분하는 하나의 절대적 진리가 아닌 공백"이라고 했다.

권 작가는 청주대 예술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 회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대와 M.F.A, Animation & Visual Effect, 숭실대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 전공으로 박사 졸업했다. 10여회 이상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 일본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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