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JTBC 수십명에 끌려 다닌 여중생 보도 장면 갈무리.
JTBC 수십명에 끌려 다닌 여중생 보도 장면 갈무리.

[중부매일 사설] '무서운 10대'들이 잇따라 지역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도저히 청소년들이 저지른 사건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거칠고 폭력적이라 사회적인 파장도 크다. 어제 청원구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중고생 30여명이 여중생 한명을 끌고 다니며 위협하고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닷새 전에는 술에 취한 15세 여중생이 소주병으로 편의점 30대 여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여학생은 지난 10일엔 도로변에서 자신에게 경적을 울렸다며 아버지뻘인 50대 운전자를 둔기로 폭행한데 이어 차량을 빼앗기도 했다. 두건 모두 지난 열흘 동안 청주시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교육도시 청주'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진 것은 물론 핵가족시대 가정과 학교의 인성교육 부재를 드러냈다.

술의 힘을 빌려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리는 소위 '주폭(酒暴)'이 사회문제 된지 오래됐지만 최근엔 주폭의 연령대가 크게 낮아졌다. 50대 운전자를 폭행하고 차를 빼앗은 여중생도 주폭이다. 이 여학생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아직 청소년이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해 닷새 만에 술에 취한 채 편의점 앞에서 종업원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쳤다. 앳된 얼굴의 10대 여중생들이 모두 순수하고 순진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지만 그렇다고 '동네 불량배'들도 놀랄 만큼 과격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청주에서는 지난해 11월에도 여중생이 70대 노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2명의 10대가 술에 취해 갑자기 인근에 주차된 영업용 택시 사이드미러를 부수고 이를 항의하던 70대 중반인 택시기사의 뺨을 때렸다. 얼굴에 솜털도 벗지 못한 여중생들까지 험악한 주폭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도 놀랍지만 이른 아침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공장소인 터미널에서 할아버지뻘인 노인을 구타해 충격을 주었다. 낮 뜨거운 음주문화, 비행 청소년 문제, 땅에 떨어진 경로효친 사상 등이 밑바닥을 드러낸 우리사회의 어두운 일면이다.

최근 청주에서 자주 발생하는 청소년들의 과도한 일탈은 청소년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울 수 없다. 지역사회가 다 함께 반성해야 할 일이다. 미성년자들에게 불법적으로 술을 파는 어른들의 얄팍한 상혼(商魂), 지나친 성적경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 천박한 음주문화의 확산, 주폭에 관대한 법규 등 복합적이고 고질적인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인성교육을 소홀히 한 어른들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교사는 학부모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제자들의 그릇된 행동을 지적하지 않는 일이 흔하고 학부모는 자녀를 과잉보호 하거나 무관심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10대들의 일탈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엄격한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흉폭한 10대들의 죄질로 볼 때 어리다고 면죄부를 주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김병우 교육감은 지방선거에서 재선 된 후 ''기초학력부터 미래 학력까지' 챙기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학력신장도 좋지만 더 소중한 것인 학생들의 인성이다. 주폭으로 전락하는 10대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교육혁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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