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일자리·버스노선 사각지대 개척 필요해 출범

성남시민버스 윤중규 대표는 "근로자 하나하나가 자기 회사임을 느끼면서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중규 대표(오른쪽)와 황철교씨가 함께 운행하는 버스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 안성수
성남시민버스 윤중규 대표는 "근로자 하나하나가 자기 회사임을 느끼면서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중규 대표(오른쪽)와 황철교씨가 함께 운행하는 버스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 안성수

[중부매일 안성수 기자]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사송동에 위치한 성남시민버스는 성남시민들과 버스노동자들이 출자해 만든 사회적기업이다. 국내에서 버스운송업에 관련된 사회적기업은 이 곳 성남시민버스가 유일하다.

현재 이 기업에서는 45명의 버스기사가 성남시 버스노선의 일부분을 365일 책임지고 있다. 성남시민버스 근로자들은 '정년퇴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6세. 70세를 넘어선 근로자도 많다.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정년의 나이를 훌쩍 넘긴 버스기사도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버스기사들의 졸음운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1일 3교대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어 피로감도 적다. 하루근로도 6시간만 하면 끝이 나 근로에 대한 만족감이 타 직업 대비 높은 편이다.

애초부터 근로시간이 다른 회사보다도 적은 편이었기 때문에 최근 바뀐 주 52시간 근로시간 준수에도 타격이 없었다. 월급은 타 회사 대비 높진 않은 200만원 정도지만 버스기사들과 성남시민들이 주주가 돼 회사를 직접 경영하는 협동조합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주인의식이 남다르다. 근로자들 모두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강했다.

성남시민버스를 다닌 지 올해로 6년째를 맞고 있는 황철교(66)씨는 성남시민이자 버스기사이며 이 회사의 조합원이다. 황씨는 "정년 걱정 없이 신체에 이상만 없으면 일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성남시민버스"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황 씨는 "30년간 버스기사만 해온 우리들인데 정년 후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냐"며 "우리만의 회사, 우리만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취지로 정년을 앞두거나 정년을 한 버스기사들끼리 모여 의기투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내 가장 연장자인 박종하(72)씨도 성남시민버스의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60세에 다니던 버스회사에서 퇴직 후 운송관련 단기 임시직으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가 지난 2012년 성남시민버스의 일원으로 들어오게 됐다.

박씨는 "성남시민버스와 일반버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근로자가 조합원이면서 회사의 주인이라는 것"이라며 "70세가 넘어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내 주위에 나 뿐"이라며 웃어보였다.

성남시민버스는 지난 2012년 1월 18일 성남시 812번 노선의 첫 개통을 시작으로 버스노선 운영에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 곳은 노년층의 고용확대와 더불어 성남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이바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설립 초기 당시 회사의 자본금은 3억4천500만원. 주주 41명 가운데 36명이 성남시민이면서 마을버스 운전기사였다. 대부분 정년을 넘긴 노인 버스기사지만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성실히 본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

성남 지역 주민 및 봉사단체에 무상 제공되고 있는 버스 내부 광고 / 안성수
성남 지역 주민 및 봉사단체에 무상 제공되고 있는 버스 내부 광고 / 안성수

윤중규 대표는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노년층의 근로여건 확대, 사회적기업의 역할 이행 등에 초점을 맞춰 운영해 나가고 있다"며 "설립 당시 버스가 부족했던 노선이 있었고 이 부분을 채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기업이 출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2012년 3월 810번, 811번 등 2개의 노선이 추가돼 현재 3개 노선을 운영중이다, 노선 당 5대의 차량을 운행하며 1대당 3명의 버스기사들이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승객을 우선으로 하는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취약계층 청소년과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승차사업, 지역 주민 및 봉사단체에 버스 내부 광고 무상 제공, 봉사활동 등 관련 사회적 활동을 지속해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러나 성남시민버스에서도 고민은 있다. 다가오는 노후차량 교체 문제이다. 설립 당시 한꺼번에 차량을 구매했기 때문에 15대의 차량의 교체시기가 모두 같아 교체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6여 년간을 운행해온 터라 당장 노선을 뺄 수 도 없는 처지다.

윤 대표는 "버스의 경우 사용한 지 9년이 지나면 폐차를 고려해야 하는데 자금 걱정이 앞선다"며 "성장하고 있는 성남시의 편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지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남시민들에게 더 나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단다. 재정여건 안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벅찬 것은 모든 사회적 기업의 숙제이다. 성남시민버스는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내년 노선 증설을 목표로 오늘도 성남시를 가로지르고 있다.

 

#인터뷰 - 성남시민버스 운중규 대표

윤중규 대표
윤중규 대표

"버스노선 사각지대를 개척해 성남시민 편의 개선과 노년층 일자리 창출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요."

올해부터 성남시민버스를 맡게 된 윤중규(66)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임기인 3년 안에 노선 증설, 노후버스 교체, 일자리 창출 등 많은 미션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은 본업인 버스운송업에 집중하고 대외적인 일은 선출된 대표가 일임하고 있어요.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노선확장에 무게를 두고 움직일 계획입니다. 노선 확장이 진행되면 시민 편의는 물론 일자리 창출까지 해결되니까요."

군시절 정비병을 지내면서 자동차에 대한 애착을 가졌던 윤 대표는 전역 후 바로 운송업에 뛰어 들었다. 법인택시, 개인택시, 시내버스 등 성남시 내에 있는 대중교통을 안 거친 것이 없다.

지난 2013년 61세를 마지막으로 다니던 버스회사에서 퇴직한 윤 대표는 사회적기업인 성남시민버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특유의 성실함과 청렴함으로 원만한 관계를 보였던 윤 대표는 지난 5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로 뽑혔다. 앞으로 3년간 중요한 일을 도맡을 예정이다.

"성남시민버스의 대표는 운영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근로자 중에서 선출해요. 큰 욕심은 없어요. 성남시 내 버스노선사각지대를 하나씩 발굴해 노선을 늘려가 성남시 발전에 이바지 하고 싶어요."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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