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상승' 추석연휴 기업의 '한숨'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선 인건비 증가에 대한 부담과 인력난의 가중,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 등에 따른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하루 2교대 12시간 근무를 하는 충북도내 한 중소기업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추석 연휴를 앞두고 충북지역 중소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목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 가동이 불가피하지만 직원들의 휴일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증평군에 위치한 A사는 올해 추석연휴가 달갑지만은 않다. 이 기업은 연휴기간 추석 당일인 오는 24일만을 휴무일로 정했다.

두부, 콩나물 등을 제조·가공하는 이 기업은 제품의 특성상 유통기간이 짧다. 때문에 오랜기간 공장가동을 멈출 수 없어 추석 다음날인 25일부터 정상가동을 실시한다.

이에 따라 25일과 대체공휴일인 26일의 경우 근무자들에게 기본급의 150%수준인 특근비를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라 인건비가 크게 늘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도내 식품 제조공장은 사람의 손으로 제조·가공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인건비의 비율이 높다"며 "근로자 50여명 수준의 중소규모 기업이지만 이번 추석연휴 기간 정상가동으로 인건비가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인건비 상승률이 고공행진을 하게되면 결국 기계설비 등을 통한 자동화 시스템을 고려해 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청주산업단지에 위치한 반도체·통신기기용 인쇄회로기판 제조 B사도 이번 연휴기간 정상가동을 실시한다.

이 곳은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도 제품 납기일을 맞춰야 할 뿐더러 반도체 공장의 경우 한번 생산라인을 멈추게 되면 공장 재가동 까지 최대 수십억원의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휴기간 3조 2교대(1개팀 휴무)로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B사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공장은 1년 365일 공장가동을 멈추면 안된다"며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이루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인건비 상승, 근로시간에 따른 인력 추가 채용 등을 따지면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고용변화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옥산면에 위치한 산업용품제조 C사의 경우 연휴기간 공장가동을 멈출 예정이다. 매년 매출감소에 따라 연휴기간 제품생산이 불필요 하기 때문이다.

C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생산량이 못따라 갈 정도로 호황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매출액이 하락세를 띄고 있다"며 "연휴기간에 근로자들의 특근비를 지출하면서까지 공장 가동을 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위축된 기업심리를 위해 정부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더 귀 기울려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모두가 풍성해야할 한가위에 도내 중소기업들은 내수불황, 경영악화,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청주상공회의소에서 올해 추석명절 도내 기업 330사의 경기 동향을 조사한 결과 66.7%(다소악화 44.8%, 매우악화 21.9%)가 체감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27.6% 증가한 수치로 올 추석명절 체감경기가 크게 나빠졌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내수부진(36.3%)', '고용환경변화(26.5%), '인력난(15.7%)', '자금난(14.7%)', '기업관련규제(4.9)'이라 응답했다.

여기에 자금사정도 부정적 전망의 비율이 49.5%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전년과비슷(44.8%)', '다소악화(36.2%)', '매우악화(13.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자금사정이 악화된 원인으로는 '경기부진으로 인한 매출감소(66.7%)', '판매대금 회수지연(13.9%)', '환율불안(8.3%)', '원부자재가 상승(8.3%)'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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