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퇴원하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가족의 안타까운 사정에 못 이겨 퇴원을 허용한 의사에게 대법원이 살인방조죄를 적용해 원심대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의료계의 관행인 안락사형 의료행위에 대한 제동으로 보인다. 법리적인 측면에서 판단해 내려진 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냉철한 법리적 판단에 더해 현실적 문제를 감안하는 배려는 없는 것일까. 소생이 어려운 환자의 치료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핍박한 가족들의 아픔과 의사가 처한 입장을 헤아려 보는 지혜는 없는가. 재판관도 참작했으리라 믿는다. 다만 관대한 판례가 악용되는 점을 더욱 염려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생명은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것이다. 이번 사안의 경우 환자의 명백한 의사표현 없이 가족이 인간의 존엄성보다는 경제적 이유를 들어 퇴원을요구했고 환자의 상태가 다소 호전됐다는 점이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어려움에 몰리지만 않는다면 누군들 사랑하는 가족의 호흡기를 떼 버리고 싶겠는가. 여기서 어떤 생명이 의학적 뇌사상태에 있는 경우 그 상태의 유지만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행복을 지켜주는 것일까 하는 해묵은 명제가 다시 제기된다.
 오늘도 소생의 희망없이 오로지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기대고 하루하루 고가의진료비를 부담해가며 연명해 가는 환자들이 병원의 중환자실마다 그득한게 현실이다.
 그들을 돌보는 보호자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입원비 문제만은 아니다. 겨우 숨만살아 쉬는 환자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가족들의 참담한심정을 당사자 외에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부는 우선 저소득층 중환자를 지원하는 사회복지차원의 제도적 장치를 구체화해야 한다. 의료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치료 중단에 대한 의사 표시를 환자가 미리 하는 유언장제도 등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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