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당원들이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지난달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때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묻는 질의서를 배포했다고 한다.
특히 당원 246명의 지지서명을 담은 이 질의서에는 “반대한 의원에 대해 어떤 ‘조처’가 취해져야 하느냐”며 징계를 유도하는 듯한 질문도 들어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당시 체포동의안 부결에 실망한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구나 표결에 참가했던 열린우리당 의원 가운데 30명이상이 선거법 위반혐의의 박 의원 구속에 반대했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개혁을 다짐하며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제한을 추진해온 열린우리당 당원들의 배신감과 분노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다.
하지만 당원들의 이러한 집단행동이 과연 바람직한 지는 냉철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반대’했다는 답변이 나올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일부 의원이 용기있게 반대표결 결과를 고백했다고 해서 그들을 무조건 반개혁적 인사로 낙인찍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조처’는 또 어떻게 한다는 얘기인가. 의원들의 비밀투표결과 자진공개가 과연 옳은 일인지 논란의 여지도 있다.
또 만약 모든 의원들이 답변을 했는데 반대표를 던졌다는 고백이 없다면 그건 더 암담한 결과가 될 것이다. 이미 “의원들 사이에 공포감이 조성돼 반대표를 던졌어도 찬성했다고 밝히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게시판에는 “이런 형식으로 의원 개개인을 압박하고 대립을 세워가는 일은 당 내부의 반성과 변화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사실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의원을 찾아내 인민재판을 한다고 해서 국회가 달라질 것도 아니다. 어차피 표결결과는 17대 의원 전체가 책임지는 일이다. 표결결과가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반대한 사람 나오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원들이 정말 반개혁적 행태를 참지 못할 정도로 개혁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지나간 투표결과를 따지는 ‘과거 재판’에 매달리기보다 개혁공약이 무산되거나 후퇴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개혁 지킴이 역할을 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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